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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늦잠을 잔 덕에 지나치듯 급하게 걸었던 장충단 공원이 퍽 아쉬웠다. 어젯밤 우산이 없어 줄기에 매달린 낙엽의 마음으로 세차게 내리는 가을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한바탕 비가 쏟아진 뒤 한층 선명해진 단풍들로 더더욱 풍성해질 가을 풍경을 간절히 기대해보았다. 제발, 한 번만 더 견디며 떨어지지 말고 그대로 매달려있어 주렴. 힘들 때 한 번 더 버티는 건 정말 소중한 거란다. 그 덕에 오늘은 어제보다 여유로운 아침이 찾아와주었다. 물론 아까운 아침 식사와 맞바꿨지만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하늘과 수줍게 조각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 발걸음에 맞춰 들어오는 지하철에 새어나오는 흐뭇한 웃음으로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어제 본 단풍이 홀연히 사라져버리진 않았을까하는 일말의 불안함으로 거칠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늘 보던 파출소를 지나 마침내 멈춰선 곳엔, 고맙게도 한 차례의 혹독한 시련을 훌륭히 버틴 기특한 단풍잎들이 나와 똑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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