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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한 닭백숙
겸허한 닭백숙 정철훈 솥단지를 들여다본다 거기 웅크린 채 젖어 있는 닭 한 마리 자신이 자신을 얼마나 껴안아야 이토록 하얗게 발가벗은 닭이 될까 그때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챈다는 건 하나의 경이다 심각한 언어장애를 앓으며 살아왔다는 내 전생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 게다가 닭살이 돋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신이 자기 자신의 존재감으로 소름이 돋아 있는 저 모양새가 과연 우리 살아 잇는 밀도란 말인가 평생을 두 발로 걸어왔을 하나의 생애가 국물에 푹 젖어 있다 벼슬도 대가리도 제거된 채 살아 있을 때 세상과 접촉했던 모든 기관은 없어지고 죽은 몸이 죽은 몸을 힘껏 껴안고 있는 이 장렬한 생애를 우리는 닭백숙이라고 부른다 머리쪽도 다리쪽도 방위가 없다 아무 방향도 없이 누워 있는 이 하얀 물체를 나는 백색의 공포라고 명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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