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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雪路)만큼이나 차가운 눈길(凝視)
초췌하고 남루한 모습의 이주노동자가 당신 곁을 지나간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그를 피하게 된다. 이주노동자가 자신을 다 지나쳤다고 생각되는 순간 당신은 따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본다. 이것이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한국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우리가 다른 나라를 갔을 때에도 존재하는데, 약간 다른 게 있다면 천대를 하던 주체의 모습에서 천대를 받는 객체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시선을 통해 피의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주노동자인 카림은 누가 봐도 칙칙하다. 칙칙하지 못해 다가오는 것조차 꺼려진다. 만약 어둠속에서 카림이 걸어온다면, 눈동자의 흰자밖에 보이지 않는 그를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카림을 어두운 밤이건 밝은 낮이건 상관하지 않고 경계한다. 한국말을 능숙하게 잘하고, 착한심성을 가진 카림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아니 보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검은 피부를 가진 동남아시아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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