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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가토 - 권여선
군화를 신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신발이 얼마나 무겁고 견고한지. 나는 신어보진 못했지만 동생의 군화를 들어봤고 눌러봤고 냄새도 맡아봤다. 겨우 그 정도만 해보았지만, 그 ‘신발’이 ‘무기’가 될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니, 차고도 넘칠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그 군홧발이 민중을 짓밟았던 때가 있었다. 군홧발의 배후는 그들을 폭도로 몰아 모욕했지만 그들은 결단코 폭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농민이었고, 상인이었고, 노동자였으며, 학생이었고, 샐러리맨이었다. 그들은 노인이었고, 임산부였고, 아이였으며, 우리들 중 누군가의 가족이자 이웃이었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에이, 또 광주야?” 그러나 이런 식의 참담한 역사를 가진 우리들이 끊임없이 광주를 이야기해아 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그토록 끔찍한 사건으로 우리 현대사에 씻을 수 없는 얼룩을 만들어버린 죄인들은 제대로 단죄조차 하지 못한 채(어쩌면 하지 않은 채) 30여 년 전의 그 시절로부터 단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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