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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濯足)
탁족(濯足)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梧田)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입을 때 흔들어봐도 안 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넣고 걷다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 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 시냇가에 앉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文身)들! 인간의 손이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 풀로 맺을 수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디지털 시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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