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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 : 지역감정에 기대어 성긴 ‘로미오와 쥴리엣’ 만들기
1980년대 말 전라도 남자가 군대에서 펜팔로 맺어진 경상도 여자와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여인의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간다. 그가 꼭꼭 숨겨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출생의 비밀. 그것도 출생지의 광역적 구분에 따른 명칭인 ‘전라도’ 글자 석자를 말이다. 발음교정 전문가의 사사를 받아 ‘강남 정체성’으로 급히 무장한 채 고속버스 안에서 그는 민폐를 끼쳐가며 표준문장의 발음을 열심히 연습한다. 전라도라면 이를 가는 병을 가진 예비장인의 허락을 득하기 위한 노력인데, ‘경상도’의 ‘경’자에 경기를 일으키는 것은 예비시아비도 마찬가지여서, 이 불쌍한 남녀의 처지는 과히 『로미오와 쥴리엣』에 버금간다 할 것이리라.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공식 속엔 ‘로미오와 쥴리엣’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의 관계지향적 문화권에서는 가족환경 특성이 그 사랑의 일등 방해꾼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다보니 소속 가정의 사회경제적 격차 등 온화한 수준의 장애물들이, 이제는 나중에 밝혀지는 출생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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