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하계병영훈련을 마치며...
'12년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다. 우리 군산대 155학군단 3,4학년후보생 77명들은 1차(6.24.~7.21.), 2차(7.29~8.25.)로 나뉘어 4주간의 하계입영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매 순간마다 치열했고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4학년의 경우 임관종합평가에 대한 부담감에 압도되었던 것 같다. 임관종합평가준비를 위해서 입소한 당일부터 연등을 해야만 했고 거의 매일 밤, 졸린 눈을 비비며 평가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른 아침, 생활관에서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걸음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평지로 이루어진 논산훈련소와 다르게 괴산 훈련장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진 산길이어서 이동이 본 훈련보다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제일 높은 고지에 올라서면 마치 3km달리기를 했을 때와 같이 숨이 가쁘고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아침이어도 바람 한 점없이 날은 덥고 군장은 무거워 땀이 비오듯 흘렀다. 하지만 함께 그 길을 오르는 많은 동기들을 보면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나 또한 그들과 호흡을 맞추어 묵묵히 그 길을 힘차게 올랐다. 이번 훈련의 꽃, 분대전투(分隊戰鬪)는 군 지휘자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체득하게 하는 중요한 훈련이었다.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흙먼지를 먹으며 산비탈을 죽어라 뛰고, 부하에게 명령을 하달하는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지휘자의 면모를 갖추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고 실전이라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기고 능수능란하게 지휘할 수 있었다. 상황에 따른 대처방법이 머릿속에 맴돌도록 끊임없이 상황판을 보고 외운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일련의 훈련과정들을 거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치열하고 고된 시간을 보냈는데 문득 진정한 가치를 잃고 있진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눈 앞에 보이는 평가에 급급하여 이기적이고 치졸하더라도 점수만 올리려는 근시안적인 행동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은 미래에 늠름한 소대장으로서 혹은 동기, 부하로서 그에 맞는 미덕을 갖추고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우리 후보생들은 4학년 마지막 하계병영훈련으로 높이 비상할 준비를 했다. 모래먼지가 풀풀 날리는 훈련장에서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힘든 훈련을 견디고 버티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확고한 목표 때문이다. 평가, 성적도 중요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것보다 더욱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배운다. 동기애, 전우애, 상관에 대한 충성심, 리더로서의 기본양식, 후보생으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사랑을 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잊었거나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움켜쥐었다.
입단하고 지금까지 많은 길을 걸어왔지만 사실 아직 출발선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남들은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피서를 떠날 때, 우린 가장 치열하고 뜨겁게 여름을 이겨냈다. 그리고 모든 훈련이 끝났다. 후보생으로서 더 이상 거칠 것은 없다. 가장 나태해지고 긴장이 풀린 시간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 어려운 고비를 수없이 넘고 어렵게 이 자리에 올라선 것처럼 초심을 가지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