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황룡인이 사랑한 책
우리는 ‘독서’라는 활동을 통해 타인의 생각과 경험을 접하고,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때로는 세상에 대한 이해의 단서를 얻을 수 있으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에 몰두할 수도 있다. 책은 읽는 이에게 풍부한 지혜와 경험을 안겨주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독서를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자투리 시간이 생겨나면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리고 현재 우리 대학에는 책을 무료로 접할 수 있는 도서관이 두 곳 있다. 이번 문화에서는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해 우리 대학 학우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를 조사해봤다. 통계는 올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기준으로 준비했다.
2020년 최다 대출 도서 『아몬드』
▲ 『아몬드』 / 출처 : 교보문고 |
학우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인 『아몬드』는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이다. 영 어덜트 소설은 한국어로 청소년 문학 소설이고, 보통 12살에서 18살 사이의 독자를 겨냥해 만든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책을 읽는 절반 이상의 독자가 18살이 넘은 성인들이라고 한다. 소설 『아몬드』에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을 주제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준다.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 표현 불능증이 있는 주인공은 우리에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2위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차지했다. 이1 창작 SF 소설집에는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의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이뤄져 있고, 이 중에는 각각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과 가작을 받은 소설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도 함께 담겨 있다. 작가가 그려낸 이 소설에서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 등 정답이 없는 불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과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3위는 『이것이 우분투 리눅스다』가 차지했다. 리눅스는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윈도우’와 같은 컴퓨터 운영체제 중 하나이다. 윈도우는 기업용 등 범용으로 사용될 때 틀이 이미 맞춰져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 리눅스는 사용자가 직접 운영체제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격을 살펴보면 리눅스는 무료 배포되는 반면, 윈도우는 매우 비싸기에 둘 중 무엇이 내장되어있는 기기인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그렇기에 자체적으로 운영 체제에 대한 문제 해결이 가능한 유럽 각국 중에서는 윈도우를 퇴출하고자 하는 나라도 있다. 리눅스는 웹서버, 프로그래밍 등의 IT 부문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우분투 리눅스는 수많은 리눅스 배포판 중 비교적 쉬우면서도 개인용 리눅스를 만들 수 있어서 초심자에게 좋다. 또한, 현재 우리 대학에서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IT정보제어공학부 등의 학부(과)에서 수강해야 하는 전공과목이기도 해서 대출 통계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이 책은 개정판이 나오면서 절판되었다.
2020년 최다 예약 도서 『1cm 다이빙』
▲ 『1cm 다이빙』 / 출처 : 교보문고 |
가장 많이 예약된 도서인 『1cm 다이빙』은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행복을 찾아, 일센치 다이빙’이라는 원제에서 짧게 줄인 제목이다. 이 책에서는 독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며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다 보면 ‘행복 프로젝트’라는 문구를 달고 있음에도 직접적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읽을수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만의 행복은 무엇인지 등을 천천히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에는 나이대별로 좋은 대학, 좋은 회사, 안정적인 가정 등 사회가 정해준 목표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태수와 문정은 이런 목표들을 쫓다가 결국 우울증에 걸렸고, 최소한의 노력과 최소한의 위험으로 웃으며 사는 방법을 책으로 엮어냈다. 해당 도서는 출간 전부터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펀딩 프로젝트를 1,000% 달성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교보문고에서 시·에세이 주간베스트 37위에 올라있다.
2위는 『(2020 시나공)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실기』이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은 서비스분야 국가기술자격증으로 공공기관이나 사기업 사무직에 입사하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으로 유명하다. 이 자격증 1급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스프레드시트와 데이터베이스를 공부해야 하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실기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해당 도서는 교보문고 컴퓨터/IT 주간 베스트 14위에 올라있으며, 컴퓨터활용능력 도서 중에서는 자사 책인 2급 실기와 1급 필기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3위는 『기억』이다. 지난 5월 30일에 출간된 이 책에는 <기억>이라는 주제와 함께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표현되어있다. 주인공은 최면을 통해 자신에게 일본의 사무라이, 캄보디아 승려, 백작 부인의 삶 등 총 111번의 전생을 거쳐 현재 112번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가장 궁금했던 최초의 전생은 <아틀란티스>라는 전설 속의 섬에서 사는 남자의 삶이었다. 그러다 그 섬이 결국 바다에 잠겨 버린다는 것을 알고, 전생을 바꿔보겠다는 주인공의 결심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된다.
1위에서 10위까지의 종이책 도서 대출과 예약 이용통계를 보면, 3권은 자격증이나 취업과 관련된 도서, 나머지 책은 소설 또는 인문 도서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집콕 생활이 늘어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학우들이 학과 공부와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며 얻게 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도서도 있었지만 두 통계 모두에서 순위권에 오른 △『아몬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더 해빙』을 보면 우리 학우들은 인간관계와 자기계발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20년 가장 사랑받은 전자책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출처 : 교보문고 |
전자책 중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이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법정에서 마약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말한 변론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글에서는 자살조력자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과 그간 그가 만나온 계약자들과의 이야기들을 액자식으로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비교적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다른 순위권 책들과 달리 이 책은 1996년에 출간되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회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작이며, 2003년에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공동 제작을 통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2위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주인공은 겉모습만 보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70세 노인이지만, 알고 보면 30년간 꾸준히 살인을 저지르다가 26년 전에 마지막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이다. 살인자로 의심되는 딸의 남자친구를 살인하기 위해 마지막 살인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은 2013년에 출간된 작가의 7번째 장편소설이며 현재까지 십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같이 2017년에는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김영하 작가는 대체로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독자가 읽기 쉬운 글을 쓴다. 그리고 글의 장르도 역사물, 스파이물, SF까지 가리지 않아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받은 상을 시작으로 2004년 제16회 이산문학상 외 2개, 2005년 대종상 각색상, 2012년 이상 문학상 등 상을 꾸준히 받아 작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번역에도 능해 문학동네판 세계문학 전집 중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또, 작가는 2013년과 작년, 우리 대학에 초청 강연을 오기도 했다.
3위는 『바깥은 여름』이다. 이 책은 작가의 4번째 단편 소설집으로 2017년 제48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집에서는 제37회 이상 문학상 수상작인 ‘침묵의 미래’와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를 포함한 7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 출연한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소재를 이야깃거리로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라고 이야기했던 저자의 조심스러운 태도도 엿볼 수 있다. 5년 전의 단편소설집 이후 돌아온 첫 작품이기에 그 혼란의 시기를 비켜 가지 않고 천천히 걸어나가고자 했던 저자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전자책 대출 통계는 모두 소설과 수필이 차지했다. 더불어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에서도 1위에서 10위까지 중 1권의 책을 제외하곤 모두 소설이 순위에 올라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편리성을 갖춘 전자책이기에 이런 동향이 있다고 본다. 전자책은 교보도서관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고, 이용자 모두 7일간 5권을 빌려볼 수 있다.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대출 기간을 한 번 연장할 수 있고, 원하는 책의 대출 가능 횟수가 채워지면 도서 예약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전자책 예약 도서는 반납이 되면 자동으로 대출된다.
누구에게든 독서의 중요성이 1~5중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5’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독서는 우리에게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가끔은 마음의 위로도 해주는 매우 진귀한 행위이다. 영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어도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황룡인이 사랑한 책 통계를 통해 자신의 흥미를 이끄는 도서를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 도서를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