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다시 피어나는 우리의 시간

쌓였던 눈이 채 녹지 않았던 2024년 2월, 나는 과 사무실에 군 휴학 신청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그때만 해도 “내가 여기에 돌아오는 날이 올까?” 하는 마음을 안고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어느새 2년이 흐르고 다시 봄이 찾아왔다. 내가 알던 사람 대부분은 이 학교를 떠났고, 받아 드는 종이와 공지마다 낯설고 생소한 글자로 가득하지만 헤맬 시간은 없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휴학하기 전, 내가 우리 대학에서 보냈던 3년은 너무나 부끄러웠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을까. 내가 좋아서 온 학과였지만,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마음만 안고 학교에 다녔다. 남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사는데, 나는 1분 1초라도 집에 빨리 가기 위해 산 것이다.

2학년 2학기, 무언가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언론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남들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많은 분이 믿어주신 덕분에 팀장도 달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곧 군 휴학을 한다는 안일함에 젖어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렇게 휴학을 하고 학교를 떠나 있던 2년간 많은 생각을 했지만, 항상 결론은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기나긴 공허한 겨울과 같은 세월을 보냈다.

복학을 준비하면서 나는 다짐했다. 뒤늦게라도 피는 늦봄의 꽃처럼, 늦었을지라도 ‘나만의 시간’을 시작하자고.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웠던 학점도 올리고, 그저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에 미뤄뒀던 여러 활동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았던 책들도 다시 손에 잡아보고자 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하나씩 실천하며 올해가 끝나갈 즈음에는 웃으면서 돌아볼 수 있다고 믿는다.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是現今 更無時節)’, 내가 존경하는 법정 스님의 수필에서 처음접한 글귀다. “바로 지금이지 다른 시절은 없다”라는 뜻인데, 풀어쓰면 “과거는 이미 지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바로 지금을 살아라”가 된다. 공허했던 과거는 이미 지났고, 미래에 올 두려운 시련에 대비할 시간은 아직 있다. 아직 시련이 닥치지 않은 지금, 잠시의 평온을 누리면서도 차분히 하나하나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