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위헌 재심판,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

 지난달 11일, 7년 만에 열린 헌법재판소 위법 심의에서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4명, 단순 위헌 3명, 합헌 2명 총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위헌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4명이 동의한 이 헌법불합치라는 제도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결정된 법 개정 시한은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만약 이 기한까지 개정이 되지 않는다면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여 낙태죄는 전면 폐지에 이르게 된다.

 찬성 측 재판관들은 낙태를 전면 반대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헌법 제 269조와 270조에 따라 현재 사회는 낙태한 여성과 의료진만을 처벌한다는 점을 꼬집으며 낙태한 여성을 보는 사회적 시선과 여성만이 불법 낙태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현상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 재판을 열리게 한 동기는 바로 2017년 말 청와대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라는 국민청원이 23만에 달하여 조국 민정수석이 ‘사회적 협의를 시작할 때’라고 밝힌 데 있다. 국민청원 작성자는 “지금 현행법은 여자와 의료진에게만 법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 임신은 절대 여자 혼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현재 119국에서 허용하고 있는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은 낙태 불법 국가인 한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하지만 몇몇 사이트에서는 중국제 가짜 약을 판매하여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여성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제정 66년 만에 개정되는 만큼 현재 언론 및 대중들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종교 단체인 천주교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유감을 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법률 조항이 아니라 낙태로 내몰리는 상황이고 그들을 위한 배려는 낙태죄 합법화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전했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한 여성과 남성이 용기를 내어 태아의 생명을 선택하도록 법과 제도의 도입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불교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생명존중’이기에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불교계도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은 “낙태를 합법과 위법의 기준으로 가르는 것보다 낙태의 기로에 서게 되는 상황을 감소시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여성과 태아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고 그 가치를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낙태죄 개정에 대하여 오주연(영어영문학과•18) 학우는 “낙태란 원치 않은 임신 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또한 준비되지 않은 출산에 대한 경우까지 감당해야하는 여성들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에게만 낙태죄를 묻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처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도 함께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헌법 재판은 우리 사회가 진보 사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이며, 위헌 결정에 그치지 않고 낙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복지 등 여러 제도가 필요하다. 찬반 논란이 많았던 낙태죄의 개정인 만큼,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