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을 경계하며>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태를 야기한 이번 3월의 일본 동북대지진은 자연의 위력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일본에서 지진이 빈번한 이유는 판구조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현대 지질학의 위대한 성과로 꼽히는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껍데기[지각]는 판(plate)이라 부르는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러한 판들이 서로 부딪혀 압력을 받으면 결국 판의 경계가 미끄러지면서 충격 진동이 발생한다. 이것이 지표에 전달되어 발생하는 지반 진동이 곧 지진이다. 흔히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는 거대한 태평양판의 경계부와 일치하며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지진과 화산활동이 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열도의 동부가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의 경계와 접하고 있어 지진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내측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발생 확률이 낮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11일 발생하여 막대한 쓰나미 피해를 가져온 일본 동북대지진은 규모가 9.0으로 근대적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세계에서 5번째로 강력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의 수도 25000명에 이른다. 평소 지진이 발생하지 않던 스페인 남부 로르카 부근에서도 지난 5월 12일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에 비해 위력이 40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많은 건물 붕괴와 10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이처럼 지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시에 발생할 수 있어 지구촌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진전문가들에 의하면 한반도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실재로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 주변에서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1978년 이후 5회나 발생하였다. 1978년에 발생한 홍성과 속리산 지역의 지진규모는 각각 5.0, 5.2로 기록되었다. 홍성지진으로 인해 사적 231호인 홍주 성곽이 무너지고 다수의 민간 및 공동 건물에서 유리창 파손과 균열이 발생하였으며, 피해액이 당시 금액으로 3억원에 이르렀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소규모이긴 하지만 2010년 한반도 내륙과 주변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 3.3 범위의 지진은 42회에 달했다. 소방방재청이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한복판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 7700명, 부상 11만명으로 예측됐다. 인구 천 만을 자랑하는 수도 서울의 재해에 대한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이다. 반면에 일본 도쿄는 이 정도 규모의 지진에는 끄떡없다고 한다. 그 동안 크고 작은 지진피해를 겪으면서 내진설계를 강화해온 결과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주변국들의 지진피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진설계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고 2005년부터는 3층 이상인 건축물과 연면적 1000m2인 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설계를 의무화하였다. 하지만 소방 방재청이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국의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의 81.6%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실정이어서 대규모 지진피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학교시설의 내진 비율은 13.2%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주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내진대책 수립에 허점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하고, 과감한 내진 투자를 통하여 불시에 닥칠 수 있는 지진재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일반 국민들은 지진·지진해일시의 행동요령을 숙지하는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지구촌의 잦은 지진소식과 연이는 코레일(KTX) 사고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각종 안전 메뉴얼들은 마치 스님의 바랑 속에 든 빗과 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 동안 성과주의공화국의 무한경쟁교도로 내몰리며 안전불감증을 키워오지는 않았는지 우리 모두 한번 쯤 뒤돌아 볼 때이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다. 우리대학 구성원 모두도 안전하게 방학을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새 학기에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