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다크 투어리즘
종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는 학우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다크 투어리즘’을 추천한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전쟁, 학살 등 비극적 역사적 현장이나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는 제주 4.3평화공원 등이 있지만 이번 문화에서는 우리 대학 주변과 가까운 전라도 권역의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5.18 민주화 운동기록관’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기록관으로, 기록물을 수집, 전시, 보존, 연구하는 데에 주력하며 △진실규명에 대한 작업과 △영상기록 △전자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국립 5.18민주묘지’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재평가 작업 및 5.18 희생자 묘역을 민주성지로 가꾸려는 움직임에 힘입어 광주광역시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조성하였다. 묘역 안에 5.18 영령의 묘 995기가 있으며 △역사 공간 △민주 광장 △광주민주화운동추모탑 등이 있다. 이외 ▲광주 다크투어 장소로는 △5.18 기념 공원 △5.18 민주 광장 △양림동 역사 문화마을 등이 있다. 광주에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장소가 많다면, 전주에는 독립운동에 관련된 장소가 많다. 항일운동이 일어나던 시절 ‘신흥학교’로 불렸던 ‘신흥 중·고등학교’가 전주의 첫 번째 다크투어 장소이다. 신흥학교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며 만세운동을 하였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신흥 중·고등학교 정문에는 전주 3.1운동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3.1운동 내용에 관련된 안내문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신흥학교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은 두 번째 장소는 ‘남부시장’과 ‘다가교’이다. 남부시장은 전주 3.1운동 발상지이며, 현재는 전통시장으로 남아 야시장도 열리고 있다. 다가교는 다가산 정상과 옛 사직단 터에 세웠던 전주 신사를 참배하는 통로로서 대궁교라고 불린 치욕의 다리인 동시에 전주 3.13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며, 1980년대 민주주의를 외쳤던 저항과 자유의 다리였다. 세 번째 장소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집강소 설치를 위해 전주화약을 맺었던 ‘전라감영지’이다. 전라감영지는 조선 초기 전주에 설치되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를 포함하여 제주도까지 통할하는 관청이었다. 국권 침탈 이후 정청인 선화당 등을 일제의 청사로 쓰면서 많은 건물이 철거되었고, 지금은 선화당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회화나무만 의회 마당에 남아있다. 전라감영지 주변에는 △전주 풍남문 △전동성당 △경기전 등의 ▲문화재가 풍부하여 코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지역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상처와 기개가 남아있는 군산이다. 군산 다크투어 첫 번째 여행지는 ‘군산항’이다.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은 일제가 호남평야의 곡물들을 수탈하기 위해 사용하였으며, 일제강점기 동안 일제의 수탈을 위한 적출항의 역할을 하였다. 두 번째로는 구 히로쓰 가옥으로 불렸던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다. 일제강점기 군산에 거주하였던 일본 상류층 주택의 모습을 잘 보여 주며,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주택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생활양식과 더불어 농촌 수탈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일어난 3.1운동인 군산 3.5만세운동의 애국정신을 기념하고 전승하기 위해 건립된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도 다크투어 장소로 추천한다. 이 밖에도 △옛 군산세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옛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인 군산 근대미술관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인 군산 근대 건축관 등도 다크 투어리즘을 즐길 수 있으니 방문해 보길 바란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와 함께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다크 투어리즘은 단순히 지식과 추억을 얻는 것을 넘어 교훈까지 직접 몸으로 체득할 좋은 기회이다. 멋진 관광지들로 유명한 해외여행도 좋지만 우리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다크 투어리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