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이구백’ 세대, 범죄자가 되다

생계형 범죄자가 된 고학력자들

지난 8월 국가기술자격증을 해양관리업체에 돈을 받고 불법으로 빌려준 대학원생을 포함해 부산과 전남 지역 해양학과 대학원생 15명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또 10월 말에는 모교 후배들의 물건을 훔쳐 내다 판 취업준비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학력자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유행어마냥 대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은 이제 ‘이구백’(20대 90%가 백수)으로 바뀌었다. 얼어붙은 경제 성장에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시킨 반면, 고학력자들은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이는 결국 취업난의 악화로 이어졌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2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교육정도별 실업자 및 실업률에서 지난해 10만 8000명의 중졸이하 실업자와 33만 1,000명의 고졸 실업자는 각각 1만 6,000명, 2만 7,000명이 감소한 반면, 대졸이상 실업자는 29만 7,000명에서 32만 1,000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청년층 실업률은 6.9%로 전년동월대비 0.2%p 상승했다. 이 수치는 곧,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난은 고학력자들에게 범죄의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실제 범죄로 이어지게 하는 등 끊임없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학자금대출을 받아 졸업은 했지만 취직을 못해 이자를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해결해야 하는 고학력자들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지난해 각종 범죄자 유형 가운데 대학원생 이상 학력자는 모두 2만 3,719명으로 2007년의 9,949명에 비해 2.4배, 대졸 이상 학력자 역시 같은 기간 13만 9,927명에서 14만 2,53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생계형 범죄로 꼽히는 절도로 붙잡힌 대학원생 이상 학력자는 1,160명으로 2007년 147명에 비해 무려 8배, 대졸 이상 학력자 역시 같은 기간 2,505명에서 5,06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학력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경기 침체는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속에서 고학력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경제정책 사업을 변화시켜야 한다. 더불어 고학력자들은 그저 토익공부만 생각하고,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단편적인 지식 쌓기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내실을 쌓는 데 목적을 둬야 진정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배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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