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익힘
후~
왜? 개학이라 걱정이 산더미인가? 좋은 방학 다 지나갔나? 또 강의 듣고, 보고서 쓰고, 시험 보고, 학점 따고, 공부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서는가? 시간표 없이 시간을 보내다, 틀에 맞춰 생활하려니 답답해지는가?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쉬어 보자!
후~
공자가 일찍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던 것을 기억해 보자. 여기서 잠깐, 공부하는 게 즐거우니까 열심히 공부나 하라는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부’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보자는 얘기다. 흔한 오해 중의 하나는 ‘공부’는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을 빌리자면 ‘배움’에 ‘익힘’이 더해진 것이다. 그래서 ‘학습(學習)’이라 하는 것이다.
익힘을 뜻하는 습(習)이란 글자는, 어린 새가 날기 위해 그 날개(羽)를 자주 퍼덕이는 것을 뜻한다(如鳥數飛). 즉 자기 스스로 해 보는 것이다. 배움은 자신의 밖으로부터 얻는 것이라 한다면, 익힘은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를 ‘내면화(內面化)’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배우는 것만큼 익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말을 더 인용해 보면,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만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생각을 자기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한다면 익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을 익힘으로 바꾸어서 뜻을 다시 새겨 보면,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어미 새가 나는 모습을 보기만 하고 정작 자신이 날개짓을 하지 않는다면, 그 새는 영여 날 수 없게 될 것이다.
배움이 쉽지 않듯이 익힘도 쉽지 않다. 처음부터 잘 할 수 없기에 익히는 과정 자체가 실수투성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닐스 보어는 ‘전문가란 자기 주제에 관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다(An expert is a man who has made all the mistakes which can be made, in a narrow field.)’라고도 했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보어의 글을 보고 실수하다 들킨 것처럼 많이 뜨끔했다.
학생 때 실수를 많이 할수록 졸업 후에 실수가 적어진다. 아니 물리학자 보어의 말처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수많은 실수를 하더라도 용서가 되는 것이 학생의 특권이다. 그것이 익힘의 과정이기에 더욱 그렇다. 용기를 내어 자기 생각을 써 보고, 그려 보고, 발표하고, 실행해 보자. 어느덧 그것이 진짜 내 것이 되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새처럼 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날개를 퍼덕이며 익혀서 멋지게 한 번 날아보자.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나는 멋진 여러분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