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적 거울로서의 일본인들의 국민성 대지진의 재앙과 참화, 일본 국민들 성숙된 시민 문화 꽃피워
3월 11일 일본 동북부 간토지역 동쪽 1백 79km지점에서 진도 9.0, 너비 5백km, 폭 2백km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10m 이상의 대형 쓰나미가 인근 도시를 덮쳐 2만 7천여 명의 실종자가 생겼다.(3월 16일 기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여진의 공포와 또 다른 대지진의 위험까지 예측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진의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지난 12일과 14일 제1원전 1호기와 3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다. 이어 15일에는 2호기와 4호기에서 잇따라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나흘 동안 4번이나 크고 작은 폭발 사고가 발생, 최악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3월 15일 기준)
이번 쓰나미가 휩쓸고 간 최악의 상황에서도 일본인들은 특유의 인내와 침착성으로 위기를 견디며 어려울수록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국민성을 발휘하고 있다. 약탈과 새치기 같은 행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피요원을 따라 차례차례 피해 현장을 빠져나오고, 초등학생들도 교사의 인솔로 줄을 맞춰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등 대재앙 앞에 침착하게 대처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식품을 구입하거나 배급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새치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2시간을 기다렸어도 물을 사지 못한 주부 역시 아무런 불평 없이 돌아갔다. 이렇듯 일본은 대재앙 앞에 서로 격려하며 극복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다른 나라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22만 명의 희생을 야기했던 아이티 지진이 대표적으로 ‘지진보다 무법천지의 약탈과 폭력이 더 무섭다’는 말이 흉흉했다. 비단 이런 일이 아이티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도 폭력과 부패가 난무했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거의 무정부 상태에서도 사회질서를 잘 지켜가고 있다.
지난 13일부터는 일본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오후 6~8시 사이엔 불필요한 전기제품 콘센트를 뽑자’는 ‘야시마 작전(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했던 작전으로 강력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전기를 끌어 모았던 작전)’까지 돌입하며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외국인 구조대가 일본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실정에서 일본인들 사이에 ‘먼저 도움을 주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센다이의 마야기 현청 앞에 천막을 치고 응급환자를 치료중인 일본 적십자사 대원들은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먼 오사카에서 왔다. 이들은 텐트와 미야기 현청 안 피난소에서 간이담요를 덮고 나눠 잠을 자는 생활을 하며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AP통신은 “대혼란 속에서도 약탈과 절도가 거의 없고 화내거나 불친절한 일본인을 볼 수 없는 것에 서양 기자들이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6일 굶고 노숙해도…“구호품 왜 안오냐”는 항의조차 없었다」조선닷컴 2011. 03. 17)
지금 세계 언론은 일본의 대지진과 함께 일본의 국민성에 놀라고 있다.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은 16일자 사설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을 경험하고도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일본인들은 이번에도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며 국가 지도자들을 따라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굶고 노숙해도…“구호품 왜 안오냐”는 항의조차 없었다」조선닷컴 2011. 03. 17)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우리도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건강한 시민의식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