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경제관리체계” 사회주의 포기선언?

북한 당국이 최근 ‘6.28 새경제관리조치’를 발표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북한은 이번 ‘새경제관리체계’를 공식 도입하면서 사실상 기존 사회주의 체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었던 계획경제와 배급제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지난 6일부터 각 근로단체, 인민반, 공장기업소들을 상대로 ‘새경제관리조치’와 관련된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배급제 포기

기존 북한의 경제활동은 국가가 주민들의 식량생산물을 걷어 가고, 국가 계획에 따라 주민들에게 식량을 분배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번 ‘새경제관리체제’의 도입으로 인해 그 모습이 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공장·기업소의 노동자, 사무원, 당 행정간부 등 인민들에게 주어지던 모든 식량 배급은 중단되고 생활비(임금)가 주어지게 된다. 이로써 북한 인민들은 월급을 갖고 식량판매소에 가 쌀을 사먹어야 하게 됐다. 다만, 영예군인(상이군인), 사회보장자, 연로보장자들에 한해서는 그들이 받는 보장연금에 따라 식량을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는 남한의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계획경제의 포기

‘새경제체계’의 도입으로 공장이나 기업소들이 생산품목이나 생산계획에 대한 국가의 통제 없이도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물의 가격과 판매방법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체제의 근본인 계획경제를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공장·기업소가 제품을 생산할 때 생산설비 및 자재·연료·전력을 국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관련 공장들이나 탄광, 발전소들과의 거래를 통해 자체적으로 구입하게 됐다. 하지만 개인이 임의대로 공장·기업소들을 설립할 수 없으며 공장·기업소 간부들의 인사권은 여전히 노동당에게 주어져 있다.

농업부문의 변화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생산지역의 수확량과는 관계없이 국가의 생산계획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생산물을 거두어가던 것과는 달리 ‘새경제체계’ 도입 이후부터는 생산지역의 전체 수확량에서 70%는 당국이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농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전의 방식은 국가의 생산계획에 따라 생산물을 거둬갔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농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해에는 농민들은 수확한 식량을 구경도 못 한 채 당국에 빼앗겨야 하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농사가 안 돼도 생산물의 30%는 농민들의 몫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당시에도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생산책임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 역시 ‘개혁개방’ 대신 ‘새경제관리체계’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내부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 하려고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일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중국의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캉이란 중국 개방의 아버지라 불리는 등소평이 사용한 단어로 중국의 개혁 개방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김정은의 ‘샤오캉 사회’ 건설 지지 발언이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단순한 외교적 발언일 수도 있지만, 북한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김영남 북한 최고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를 만나 “조선은 베트남의 경제, 사회건설 경험과 관련해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한 발언에서도 역시 김정은 체제에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전략정보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 부친 김정일이 지난 60여 년 동안 걸어온 길을 부정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를 포기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언급하며 “최근 김정은 체제가 시도하고 있는 변화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시한 ‘선경정책(계획경제와 선국정치를 포기하고 경제를 앞세우는 정책)’의 방향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며 “이번 북한의 개혁이 지난 2002년 시도했던 ‘7월1일 경제관리체계’를 능가하는 것인지 혹은 그보다 못한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김의한 기자
han@kun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