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없는 내 마음 공부, 인생이 되다
날로 가열되는 교육열 때문에 ‘공부’이야기를 하기도 미안한 대한민국은 오늘도 공부하는 중이다. 인생에 비전을 심어준다는 각종 자기계발서에서는 10대, 20대의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주부, 심지어는 노년층에게도 공부를 하라고 은근히 강요하고 있다. 여기서 ‘공부’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우리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겨냥하고 있는 긴장된 사회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공부’란 대체 무엇에 대한 공부이며, 모든 사람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행위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이는 노력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하던 공부를 멈추고서 ‘왜, 어떻게 노력해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인가’를 당장 고민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공부’란 말은 대체 어디서 처음 생겨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일까. 사전에서 ‘공부(工夫)’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부(工夫)를 공부(功扶)를 줄인 말로 이해한다면 공부의 뜻이 좀 더 심화된다. ‘공(功)’은 공, 공적, 성취를 뜻하며 ‘부(扶)’는 돕는다는 뜻으로 쓰여, 공부(功扶)가 ‘성취를 위해 돕다’라는 의미가 된다. 이로써 공부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돕는 과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부가 스스로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잘 살기 위해 없던 힘도 내어 공부에 매진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공부의 어원을 ‘쿵푸(kung-fu)’로 보는 설명도 있다. 이는 공부를 한다는 것을 쿵푸와 같은 무술을 연마하듯이 꾸준하게, 집중력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즉,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요구되지만, 온몸으로 먼저 깨달아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에 《대학》에서 말하는 선비의 길,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선비가 학문에 정진하는 과정과 같이 자신을 닦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는 트리플 러츠나 트리플 악셀과 같은 고난도 점프 회전기술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넘어지면서 몸을 단련시켰다고 한다. 이처럼 고된 훈련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힘든 노력의 시간덕분에 현재 김연아 선수는 단연 ‘피겨 여왕’으로 굳건히 자리잡아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이처럼 공부가 결코 쉽지 않은 나와의 정면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학생’임을 자청하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분명공부를 통해 이루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해서 목표를 이루고 나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아마 우리 인생에 공부는 끝이 없을 것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아는 것이 생기고, 아는 것이 많아지면 다른 것을 알고 싶어져 공부를 하게 된다. 이쯤 되면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는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공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부지런히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인생과 공부는 절친한 친구사이처럼 항상 함께 할 것이므로, 우리는 앞으로 인생을 공부하고 공부를 통해 인생을 배우게 될 것이다.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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