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위한 ‘캠퍼스’ 배경 영화 추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비 시장에도 ‘언택트 문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는 대면 공연과 오프라인 전시 등이 중심이었던 문화예술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와 비대면 콘서트 등 새로운 언택트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넷플릭스, 왓챠 등 많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등장함에 따라, 영화관이라는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환경 제약 없이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번 문화에서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통해 대학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캠퍼스 배경 영화’ 세 편을 소개하려 한다.

 

< 건축학개론(2012)> / 이용주 감독 >

▲ 영화 <건축학개론> 포스터 / 출처 : CGV 홈페이지

 

 우리나라의 캠퍼스 배경 영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이다. 개봉 당시 400만이 넘는 관객을 이끌면서, 한국 멜로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현재의 인물들이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숫기 없는 스무 살 건축학도 ‘승민’이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후 둘은 함께 과제를 하며 서서히 가까워지지만, 감정표현에 서툰 승민은 고백도 하지 못한 채 작은 오해로 서연과 멀어지게 되고, 15년이라는 세월 뒤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과 함께 그 시절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나아가 승민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되고, 함께 집을 완성해가며 새로운 감정을 쌓아나가는 내용이다. 청춘을 물들였던 순수한 사랑과, 설레는 그 시절을 함께 했던 두 남녀의 재회는 어쩌면 주변에서도 나아가 나에게도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사랑’을 향한 떨림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이처럼 영화 <건축학개론>은 9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그 시절 20대를 보낸 관객들의 청춘과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또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등이 배경음악으로 나오고 삐삐, 무스, CD플레이어 등을 등장시키면서 기성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는 한다. 당시 ‘과거 서연’역을 연기한 수지는 신인상 수상을 하며, ‘첫사랑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나아가 본 작품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다양하게 패러디되는 등 개봉으로부터 9년째가 되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세 얼간이 (2009) > /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 >

▲ 영화 <세 얼간이> 포스터 / 출처 : CGV 홈페이지

 ‘All is well(=모든 것이 잘될 거야)!’ 꿈, 우정 나아가 사랑까지 그려낸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로, 천재들만 간다는 일류 대학 ICE에 다니는 세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란초’와 그의 친구 ‘파르한’, ‘라주’는 고정적인 관습과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그들은 소신 있게 일탈과 도전을 일삼는다. 아버지가 정해준 ‘공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린 파르한과 병든 아버지와 식구들을 책임지기 위해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하는 라주는, 오직 자신만의 꿈을 좇고 성적과 취업만 강요하는 학교에 대항하는 란초와 만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가족 등 잦은 갈등이 일고는 하는데, 허를 찌르는 말로 능수능란하게 위기를 모면하는 란초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도전’의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일류 대학과 일류 직장만이 ‘성공’의 길이라 여겨지는 인도는, 정보기술 강국으로 불려 공과대학에 대한 명성과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러한 인도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녹여낸 영화 <세 얼간이>는 우리나라의 사회와도 많이 닮아 있어, 영화 속 세 인물의 입장과 그들이 겪는 상황을 더 쉽게 공감하게 된다. 캠퍼스를 배경으로 현대 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을 보여줌으로써 대학생은 물론 모든 연령의 관객층까지 사로잡은 작품으로, 팍팍한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 치즈인더트랩(2018)> / 김제영 감독 >

▲ 영화 <치즈인더트랩> 포스터 / 출처 : CGV 홈페이지

 인기 웹툰을 각본으로 한 작품으로, 2016년에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본 영화까지 두 번의 영상화가 이루어졌다. 로맨스에 스릴러를 더한 다양한 장르적 특징을 가지며, 드라마 대비 웹툰 주연 캐릭터들과 배우의 싱크로율이 높아 개봉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 평범한 여대생 ‘홍설’과 완벽하지만, 수상한 선배 ‘유정’의 묘한 관계를 시작으로, 홍설을 짝사랑하는 남사친(이하 남자사람친구) ‘백인호’, 유정을 짝사랑하는 ‘백인하’와 얽힌 복잡한 관계를 ‘캠퍼스’라는 친근한 배경으로 사실감 있게 풀어낸다. 이때 유정과 홍설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면, 조별과제를 하고 학식을 먹는 등 실제 대학생의 일상과 닮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나아가 비교적 최근에 제작된 영화인만큼 우리가 거니는 캠퍼스 풍경과 분위기가 흡사해 등장인물의 입장과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한편, 스릴러적 요소로는 ‘여성 대상 범죄’를 등장시킨다. 홍설의 작은 친절을 빌미로 그녀를 스토킹하는 ‘오영곤’과, 여성들을 대상으로 빨간 벽돌로 머리를 내리치는 ‘택배 기사’는 어디에서나 볼 법한 또는 들어봤을 법한 범죄를 일삼는데, 이 중 오영곤은 홍설의 사진을 몰래 촬영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자리하는 ‘이미지 기반 학대(리벤지 포르노)’를 떠올리게 하여 더 큰 분노를 산다. 그러나 이러한 스릴러적 요소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위가 높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으니 참고 바란다. 우리의 캠퍼스 생활과 풋풋한 사랑, 스릴러적 요소를 한 번에 보고 싶다면, 영화 <치즈인더트랩>을 추천한다.

 여기까지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각국의 영화를 살펴보았다. 캠퍼스라는 배경으로 이야기와 분위기를 만들어 고유의 특색을 자아내는 작품들로, 우리의 대학 생활과 꽤 닮았다. 이를 통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거나 자신만의 경험을 대입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코로나 사태로 여가·문화생활이 어려워져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쉽고 간편하게 향유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세 편의 영화도 넷플릭스, 왓챠 등을 통해 찾아볼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완연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대학 생활에 대한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다양한 캠퍼스 배경 영화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대학 생활의 두근거림을 스크린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