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에 빠지다
‘다크 나이트’를 비롯한 배트맨 시리즈, ‘인셉션’ 등을 연출하며 국내 관객에게 ‘믿고 보는’ 감독으로 인정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지난달 6일 개봉한 그의 신작 ‘인터스텔라’가 개봉 16일 만에 600만 명을 돌파하며 무서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우주 과학을 배경으로 했지만 오히려 ‘재관람’ 열풍까지 불며 관객들은 ‘인터스텔라’에 열광하고 있다. ‘아이맥스 상영관’의 인기로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터넷 상에서는 좋은 좌석을 사고파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인터스텔라’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람이 살기 힘들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정부 기능과 경제가 붕괴되고 식량 자급자족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해체되었는데 과거에 우주비행사였다가 지금은 농부로 지내는 주인공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비밀리에 존속하던 NASA를 발견해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한 탐사팀에 합류하게 된다. 파괴된 지구의 대안이 될 행성을 찾아 웜홀 속으로 들어간 이들이 벌이는 모험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 영화의 전체 구성은 지구적 재난을 만난 상황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장이 영웅적 행동에 나선다는 설정이다. 영화적 외관은 ‘아마겟돈’이나 ‘우주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터스텔라’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풀어가는 방향이다. 한마디로 물리학을 앞세운 철학영화라고 할 수 있다. 딸을 지구에 두고 떠난 아버지(쿠퍼)에게는 우주에서 해결책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정의다. 하지만 딸을 우주에 보낸 아버지(브랜드)는 가망 없는 지구가 아니라 딸이 우주에서 살아남는 것이 정의다. 이처럼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지적했던 ‘정의의 상대성’을 질문으로 던진다.
이외에도 많은 철학적 질문을 많이 던져준다. 탄탄한 스토리와 영상미 모두를 충족시키며 관객에게 수많은 질문과 여운을 남기는 ‘인터스텔라’, 바로 이런 부분이 흥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고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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