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의 그림자, 폭력성과 오락성 짙어

대중매체는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세상을 비추는 등불로 사실을 전하고 사회의 이면을 볼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 예로 지난달 16일 MBC에서 방송된 뉴스 내용 가운데 한 장면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처남이 흉기를 휘둘러 매형을 죽이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이다. 이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아이들과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잔인한 장면이 나와 당황했다”, “너무 잔인하고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등의 소감을 밝히며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듯하다고 전했다. 현재 방송은 심의에 의해서 시청등급이 나뉘고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성인등급에 포함되지 않은 프로그램에서도 폭력성을 띄는 내용과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에서 오락적 성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요즘 주말방송은 예능 일색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게 연예인들과 오락 이야기로 가득하다. 방송 3사의 일주일 프로그램을 다 합쳐도 다큐․시사 프로그램의 수는 평균 20여 개에 불과한 반면, 고정 예능․오락프로그램은 그 수가 2배에 육박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들은 “대중에게 선택받고 시청률을 보장받아야만 하는 체제에서 대중이 시사와 다큐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며, “이러한 이유로 다큐멘터리 등의 안건은 통과도 쉽지 않고 제작여건이 좋지 않은 현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편, 대중매체에서 개인 정보의 노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단 대중매체에 얼굴을 비치게 되면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과 진배없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방송이 대중의 알 권리를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그들의 민감한 사생활까지 다루다 보니 연예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정보 노출문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대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이 방송에 출연하면 그 사람이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다 등의 사소한 내용까지 공개돼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중매체에서 이를 개선하기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어 아직까지도 출연자들이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같이 대중매체가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중이 그러한 내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송사의 경우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타 방송사보다 높은 시청률을 유지를 위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연예프로그램은 그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제기하며 시청자들이 먼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먼저 현명한 시청습관을 지니고 문제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필요성도 있다. 이와 함께 방송사 측에서도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와의 매개체로서 활약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기보다는 진실된 식견과 시청자에 대한 배려로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그들의 할 일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대중매체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것과 함께 시청자들의 의식 있는 자세로 질 높은 프로그램이 안방을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박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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