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거철(螳螂拒轍)
우리는 살아감에 있어 ‘분수’나 ‘주제’라는 말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네 분수를 알아라’ 내지 ‘네 주제를 알아라’라는 말이 그 예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자기 처지나 한계를 고려해 어떠한 일을 맞으라는 말이다. 즉, 무턱대고 위만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을 잘 파악해 눈높이를 맞추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말은 지극히 현실을 인지하게 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말이다.
취업에 있어서 이 또한 자주 사용된다. 제 분수를 모르고 능력이 안 되는데도 무리하게 대기업에만 이력서를 지원하는 이들에게 이 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분수를 알아라!”
이러한 분수와 관련한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 천지편(天地篇),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아선다’라는 말로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분수를 생각하지 않은 채 강자에게 함부로 덤빈다는 뜻으로 기술돼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어떠한 대상에 대한 견식의 부족이 무모한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늘날 이 ‘당랑거철’은 특히 분수를 모르는 이에게 자주 사용된다. 급이 다른 상대에게 주제를 알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이 당랑거철에게는 실은 또 하나의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편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기원전 7세기경 춘추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은 어느 날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중 벌레 하나가 팔을 도끼처럼 휘두르며(당랑지부螳螂之斧) 수레바퀴를 칠 듯 덤볐다. 이에 장공이 마부에게 어떤 벌레냐 묻자 마부는 “저것은 당랑(사마귀)이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융통성이 없어 물러설 줄을 몰라 제 힘을 생각지 않고 앞을 가로막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비는 습성이 있사옵니다”
이에 장공은 “저 벌레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용사일 것이다. 비록 미물이지만 그 용기가 가상하니 수레를 비켜 가도록 하라”
이는 《장자(莊子)》에 나온 해석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다. 이처럼 본래 ‘당랑거철’에서 사마귀는 군주의 경의를 받은 생물이다. 당시 군주의 경의는 군주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존대다. 비록 사마귀는 《장자(莊子)》에 기술된 것처럼 제 분수도 모르고 강자인 수레에게 덤볐을지 모른다. 물론 분수를 안다는 것은 주의를 요하며 신중을 가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허나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당랑거철의 사마귀는 분수를 모르는 이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영웅의 상징이기도 하다. 앞에서 분수를 모르고 대기업에 지원하는 이들에게 “분수를 알아라!”라고 말한다고 했다. 우리가 분수를 알고 처신을 삼가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허나 대성(大盛)하기 위해서는 이 분수를 뛰어넘어 도전의식으로 부딪혀 나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일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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