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단통법

전 국민이 평등하게 단말기를 사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 일명 '단통법'이 등장한지 한 달 만에 폐지냐 존속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불법 보조금 차별을 개선하고 단말기 유통을 투명하게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올바른 취지로 시작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보조금이 제한되자 전 국민이 오히려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단통법은 온 국민이 폐지해야할 악법 1순위로 지목중이다. 법안을 내놨던 국회는 오히려 단통법을 시행한 정부와 통신사를 탓한다. 누구의 문제일까? 해법은 무엇일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단통법'을 집중 해부해본다. 단통법 시행 후 단말기 구입 가격이 비싸졌다. 보조금 상한선을 정해 단말기 유통을 투명하게 하고 전 국민이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하게 하겠다는 단통법이 왜 전 국민이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게 하는 법이 됐을까?

전 국민을 소위 호갱으로 만든 단통법,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비싸게

시중 고객들이 대부분 원하는 단말기는 최신 스마트폰이 대세다. 최신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매우 비싼 편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는 거액의 보조금이 있었기에 최신 스마트폰을 사실상 공짜로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가 부과하는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에 상한선이 걸리고 저가 단말기와 저가 요금제에도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전체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었고 결국 단말기 구매 부담을 키우는 재앙을 초래했다.

예컨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경우 2년 약정에 최소 87만9000원(LTE 62요금제)을 내야한다. LTE 최고 요금제인 LTE100으로 가입해도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11만1000원에 불과하다. 지난달 23일부터 정부 압력에 때문에 SK텔레콤이 갤럭시노트4 보조금을 최대 22만으로 상향키로 했지만, 이미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다보니 단말기 판매량도 급감했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직전 1주일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35만5000대였지만, 시행 직후 1주일간은 10만1000대로 뚝 떨어졌다. 71.5% 줄어든 것이다.

이동통신 3사가 단통법 시행 후 ‘호실적’을 기록

보조금 경쟁이 약화될 수록 이동통신사의 이익은 증가하고 이는 소비자의 이익을 그만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소비자 이익증진보다는 이통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있다.

이통3사가 영업정지에 따른 마케팅 비용 절감과 보조금 경쟁 약화로 경영 실적이 호전됐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는 3분기 2조908억원, 영업이익은 1745억원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는 전분기 대비 각각 1.2%와 78%씩 늘어난 규모다.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감시가 엄격해지면서 마케팅 경쟁이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가입자는 순증했다.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영업이익이 급등한 것은 마케팅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마케팅 비용은 4772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3.2% 줄었다. 단통법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 감소분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과 KT 역시 실적 개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3분기 영업이익 5800억원, 3300억원 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KT는 4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절감한데다 마케팅 비용까지 축소돼 흑자 전환이 확실시 되고 있다. 2분기 KT는 영업손실 8130억원, 당기순손실 7572억원을 기록했다.

단통법은 ‘청부입법’

작년 5월에 발의된 단통법은 올해 5월2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의원들의 논의가 이뤄진 것은 작년 12월23일과 올해 2월26일 두 차례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때 뿐이다. 이마저도 단통법이 휴대전화 값에 미칠 영향보다는 삼성전자가 반대한 분리공시 도입 여부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한편 단통법은 정부가 청탁해 의원들이 대신 법안을 발의하는 소위 ‘청부 입법’의 전형적 절차를 밟았다. 그만큼 법안 발의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다. 정부 입법은 법안 제출까지 8~9개 절차를 거쳐야 한다. 6개월 이상 걸리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의원 10명만 찬성하면 즉시 법안을 낼 수 있다. 까다로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도 거치지 않는다. 예산 문제도 피할 수 있다. 정부 부처가 어지간하면 청부 입법이라는 우회로를 선호하는 이유다.

단통법이 통과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이지만 시행된지 한 달 만에 폐지 논란이 불붙었다.

한 전문가는 "단통법 부작용의 핵심 원인이 기업 간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에 있다"며 "가격경쟁을 통해 싸게 구입해야할 단말기가 가격경쟁 제한으로 비싸게 구매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개정안의 상당수가 분리공시 도입 등 규제 강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분리공시란 보조금을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과 이동통신사의 요금 할인액으로 구분해 공시하는 것이다. 판매장려금이 공개되면 글로벌시장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게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의 주장이다. 결국 정부의 말만 믿고 처리한 단통법은 의원들의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정부도, 국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피해는 비싼 값에 단말기를 구매해야하는 국민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안송희 기자

1200455@kunsan.ac.kr

*참고

「단통법 보완 움직임 본격화, ‘분리공시’도입될까?」,『아이뉴스24』, 2014.10.28

「단통법 역설... 이통사 불편한 6개월 요금 프로그램」,『아이티투데이』, 2014.10.28

「단통법 폐지보다 취지 살릴 수 있게 제도 보완하자」,『천지일보』, 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