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능력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귀게 된다. 현대 사회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들이 교류되고 있다. 그에 따라서 소꿉친구, 초․중․고교 동창, 동호회 사람, 직장 동료 등과 같이 수많은 인간관계가 빠르게 생기고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21세기 인류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능력’을 삼국지에서 유래된 ‘괄목상대(刮目相對)’를 통해 알아보자.
중국의 삼국시대 오나라의 장수 여몽, 그는 뛰어난 무력을 가진 용감하기 이를 데 없는 명장이었다. 다만, 그는 거의 글을 읽지 않아 무식하여 위나라의 장수 하후연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의 무식함을 염려한 손권이 그가 지략을 갖추면 더욱 훌륭한 장수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충고했다. “장수란 힘만 세다고 장수가 아니라, 지략을 갖췄을 때 진정한 장수가 된다네. 여러 부하들을 거느리고 큰일을 하려면 자네도 학문을 익혀야 할 것이네”라 하며 여몽을 설득했다. 여몽은 이러한 군주의 간곡한 부탁에 마침내 마음을 움직였고, 병법과 제자백가 등을 힘써 공부한 덕분에 문과 무를 겸비한 천하무적의 장수가 되었다.
오나라에는 장수 여몽 외에 노숙이라는 인재가 있었다, 손권이 조조, 유비에 맞서 제왕으로 설 수 있었던 것도 노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숙은 여몽을 싸울 줄만 아는 건달이요,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잘 만난 덕분에 출세한 인간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노숙이 우연히 여몽의 진지 근처를 지나가다 그를 만나 밤을 새워가며 정세와 전략에 대해 논의하다보니 예전의 그 여몽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노숙이 경탄하며 여몽을 칭찬한 데서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나왔다. 전에는 무술에만 뛰어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예전과 다르게 공부를 통해 학식을 겸비한 장수로 발전한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위나라의 하후연은 군주인 조조의 거듭된 권고에도 책을 멀리하고 무력에만 의지하다가 결국 유비군에 의해 주마곡에서 지략을 펼치지도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하후연이 손자병법이라도 읽었더라면 산에 주둔하고 있는 적을 치기 위해 계곡에 진을 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여몽은 학문의 필요성을 느끼고 열심히 공부하여 결국 관우를 옥천산에서 잡아 역사에 남을 명장이 되었다.
여몽의 이야기처럼 ‘괄목상대(刮目相對)’란 오랜만에 만난 상대가 눈을 비비고 대할 만큼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경우를 일컫는다. 이 고사성어는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변화를 이룬 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기 계발의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여몽의 잠재성을 손권이 몰랐더라면, 여몽이 후에 관우를 죽인 명장이 될 수 있었을까. 또한 관우는 여몽을 소문으로만 판단하여 그의 학식과 전략을 예상치 못해 무참히 패배하였다. 관우가 좀 더 여몽의 감추어진 능력을 예상했었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붙잡혀 죽음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들 또한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아주 작은 겉모습에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하는 건 아닐까. 앞으로 더욱 더 빠르고 폭넓게 이어질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능력,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능력’이 될 것이다. 겉모습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삼국지의 손권과 같은 능력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현대 사회인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
고영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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