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 페이지를 넘길 모든 이에게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찾아왔다. 매번 모든 것이 익숙해질 즈음에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가 버겁기도 하지만, 새롭게 다시 한 해를 써내려갈 생각에 가슴이 두근대기도 하는 양가의 감정이 드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나 올해는 2024년의 시작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기도 하니, 더더욱 새로운 시작이라는 감정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며칠, 아니 몇 달간 2024년을 2023년으로 적는 실수를 할 것이고, 달라진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말을 실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번 바뀌고, 시작되는 순간이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실수를 한다. 이것은 첫 시작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첫 시작과 실수를 함께 생각해보니, 언론사의 편집장이 되고 난 후의 첫 시작들이 생각이 난다. 일정을 잡는 것부터 교정하는 것, 신문의 면에 들어갈 내용을 구성하는 것, 그 이외에도 더 나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 들까지 온통 처음이었던 나는, 실수투성이인 상태로 첫 신문을 발행했다. 첫 신문이 나오고 발행을 마친 후에는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이 몰려왔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나를 휘감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일정 계획과 교정, 한 면을 구성하는 것들이 익숙해지고, 점점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편집장보다는 계획적인 편집장이 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한 해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당신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간은 점점 쌓이고 쌓여 계속되던 실수를 고칠 수 있게 만들고, 지난 시간으로 쌓아놓은 기반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뒷받침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새해라면 모두가 적는 다이어리를 생각해보자. 날짜가 적혀있지 않은 다이어리는 직접 날짜를 쓰기 마련인데, 잘못 쓰게 되어 한 장을 찢더라도 다시 새롭게 적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수를 기반으로 완벽하게 적어 내려갈 수 있음으로써 우리는 다이어리를 완성할 수 있다. 우리는 다이어리 같은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음을 어떻게 완성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깔끔하게 찢어낸 다음, 다시 그걸 기반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말을 할 수 있기까지 나 또한 많은 실패에 묶여 꾸역꾸역 이 실패를 정당화시키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사실은 전부 계획한 내용이었다고 혼자서 인정하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다이어리에 비유하자면, 분명히 잘못 적었지만, 꾸역꾸역 맞다고 하며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고치고 있었던 것이다. 인정하고 끊어냈다면 이미 완성했을 시간에, 전체적인 페이지를 전부 수정하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먼 길을 돌아 완성한 것들은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 경험이 몇 번이고 반복되고 나서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매번 어렵게 느껴진다. 내가 해왔던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느끼는 허탈함과, 그와 동시에 깎여 내려가는 자존심이 크게 다가오지만, 깨끗하게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모습들은 오히려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첫 시작이라는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설렘과 동시에 틀릴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함께 다가오지만, 이 모든 것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며, 또 새롭게 인생의 한 페이지를 그려나갈 모든 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