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미(Dear me)를 보고
나를 들여다보는 영화. 제목조차 신선한, Dear.me(나에게 쓰는 편지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 영화는 우리 윗세대에서 흔히 여신이라 불렸던 소피마르소를 주연으로 한다. 주인공이 소피마르소라는 이유만으로 아름다운 로맨스를 기대하게 되지만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자는 주제의 영화이다.
이 영화는 핵발전소 플랜트 수출회사의 능력 있는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마가렛’과 그런 그녀가 지우고 싶은 그녀의 꿈 많던 어린 시절 ‘마그릿’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 된다. 주인공에게는 독특한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특정 문제에 직면했을 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만한 유명한 여성위인을 외치는 것이다. 그러면 마가렛은 마치 그 여성이 된 듯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장면을 보고나서 나는 자신감이 필요한 상황에 ‘나도 저런 식으로 행동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행동은 어떻게 보면 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 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순간마다 그 상황에 맞는 여성으로 산다면, 그 순간 어떤 누구보다 충실하게 행하지 않을까? 그 위인 역시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나는 그 순간 위인의 배울 점만 보고 행할 것이고 그 행하는 주체는 나이기에 문제가 안 될거라 생각한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커리어우먼 마그렛으로 바쁘게 살던 중, 어린 시절의 자신 ‘마그릿’으로부터 어른이 된 ‘마가렛’은 노변호사를 통해 편지를 받게 되고, 단절됐던 ‘마가렛’과 ‘마그릿’이 마주보게 된다. 그녀는 어릴 적 첫사랑인 ‘필리베’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편지 속에 있던 파티에 참여도 하고, 동굴을 파보는 등 ‘마그릿’을 만난다.
한마디로 영화 속에서 나왔던 “네 자신이 되어라(Be yourself).”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마그렛’은 ‘마그릿’이 되어간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두 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첫 번째는, 멋있는 남자친구와 멋진 일을 하는 커리어우먼을 다룬 평범한 외국영화를 보는 느낌이었고 두 번째는 동화책을 영상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점 때문에 이 영화가 흥미로웠지 않나 싶다.
영화 장면 속에서 아직도 의문이 가는 것이 있다. ‘필리베’와 아이들은 어렸을 적 동굴을 깊게 파고 그 동굴에 빵을 쏟는다. 그리고 그 빵은 지구 반대편의 흑인 아이들에게로 분수가 올라오듯이 나온다. 이 장면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에게는 꿈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현실에 쫓겨 사는 것이 아닌 진정한 목표 말이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벌기위해 나는 건축가가 될 거야.’가 아닌 ‘집이 없는 이에게 혹은 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나는 건축가가 될 거야.’ 이런 것이 진정한 목표이고 꿈이라고 정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논외로 남들에게 떠밀려서 가지는 직장이 아닌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생의 직업. 직장이 아닌 놀이터 일이 아닌 놀이! 어릴 적 내가 꿈꾸는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영화 속 마가렛은 결국 사직서를 내고 자신이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바이올린을 다시 켜게 된다. 이러한 장면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대부분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꿈도 중요하고 멋지지만, 막상 처한 환경이 궁핍하다면 할 겨를이 없다면 당장 해야 할 일부터 마치기에 바쁘지 않을까?
이런 말도 있지 않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어떻게 사냐?’ 맞는 말이다. 아무리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작곡을 공부하고 또 멋진 작고가가 되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지금은 음악을 좋아하지만 막상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면 즐거울까?
이러한 생각에도 이 영화의 교훈은 Be yourself!이다. 앞에서는 현실적으로 반박했지만 현실과 자아발견을 접목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본다면 ‘마가렛’이 ‘마그릿’을 만남으로서 느끼는 교훈이 꿈 찾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3학년이 되니깐 점점 더 취업걱정이 되고 어떤 길로 갈 것인가 라는 기로에 서있게 된다. 나는 전공이 회계학이다. 회계학이라는 분야는 정말 앉아서 혼자서 꼼꼼하고 철저하게 다뤄야하는 직업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나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내가 가만히 앉아서 계산기와 키보드만 두드리는 그런 성격이 되는가? 아니었다. 나는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심지어 앉아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다면 회계라는 것을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냈다. ‘지금까지 배웠던 회계와 내 성격과 맞는 영업을 더하면 새로운 나만의 직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금융사의 영업직으로 들어간다면 회계라는 전공과 성격이 잘 맞지 않을까?’ 고 생각하며 이전보다는 확실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Be yourself! 한글로 하면 자아발견정도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싶다.
마지막으로 ‘마가렛’이 ‘마그릿’과 단절하고 싶어 할 때 생각나는 글이 있었다. 이 말은 ‘꽃보다 누나’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아서 다이어리에도 적어놓은 글귀이다. ‘꽃보다 누나’의 윤여정 씨에게 피디가 이런 질문을 했다. “윤여정씨 옛날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랬더니 윤여정씨는 이렇게 답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있기에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에요. 때문에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과거가 어떻든 과거에 연연해하지 말고 과거도 나이기에, 그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존재한다.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고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미래의 나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현재의 나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