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 심화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쯤 헬기 편으로 독도에 도착해 섬 곳곳을 둘러봤다. 또 독도경비대원들을 만나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면서 “긍지를 갖고 지켜가자”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독도가 우리 땅’임을 국제사회에 선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갈수록 고조되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은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확정하며 8년 연속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해에는 방위백서에 독도를 관할하는 자위대를 명기하기도 했다. 이는 자위대가 일본의 평화헌법 규정상 국가 간 교전권을 가질 수 없는데도, 독도에 대해선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를 방문함으로써, 일본의 반복되는 주장에 대해 소극적인 외교에서 벗어나 강경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954년과 1962년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루자고 한국 정부에 제안했으나 한국이 거부해 무산된 바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이뤄지려면 반드시 당사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문제를 제소함으로써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에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의도는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명백한 우리 영토를 분쟁지역화하려는 부당한 의도에 우리가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독도 방문에 대해 양국의 좋은 관계를 원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은 두 동맹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바란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는 미국 정부가 독도 문제를 한·일 양국 간 문제로 보는 동시에 과거사를 둘러싼 두 나라의 미묘한 국민 정서와 민감성을 고려해 중립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이 대통령이 영토 수호를 위한 국민적 의지를 보여줬다”며 환영의 뜻을 표한 반면, 야권은 “한일 군사정보협정 날치기 처리를 덮기 위한 이벤트 방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외교가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우리 영토에 못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최근 독도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 정치권에 우리 정부의 확실한 독도 수호의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 고위 인사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독도 분쟁지역화 전략에 말리는 것이란 지적을 제기했다. 또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관성을 잃은 외교 행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최근까지 한·일 양국 간의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취하다 느닷없이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외교·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협정이라면서도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지난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의결하면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따라서 독도 방문을 통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추진에 따른 국내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하락 추세를 그리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 역시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친·인척, 측근 비리 등으로 18%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한·일 갈등을 활용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란 것이다. 광복절을 5일 앞둔 시점을 택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행보가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보이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영토분쟁이 한·일 관계 악화, 한·미·일 협력 저해 등으로 이어지면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대북정책 공조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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