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이젠 전자책과 웹툰까지 적용?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10월 24일 전자책 판매 플랫폼에 도서정가제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도서정가제’란, 출판된 도서를 정가의 일정 비율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흔히, 서점에서 제공하는 할인·적립을 최대 15%까지만 가능하게 하여 과도하게 낮은 가격의 도서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전자책에도 적용한다는 공문이 공개되자, 웹툰·웹 소설을 무료로 감상하던 독자들이 크게 반발하며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까지 올라와 20만 명을 돌파했다.
과거의 오프라인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고 소형 출판사와 서점들이 대형 출판사와 서점들에 밀리지 않게끔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것으로, 2003년부터 시행되어 많은 개정을 거쳐 현재는 2014년에 개정된 도서정가제를 현행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오프라인 도서정가제 또한 당시 엄청난 비판을 받았었는데, 도서정가제가 적용된다고 해서 동네 서점이 활로를 찾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으로 쉽게 예를 들어보면 새 학기가 시작하는 개강 첫 주에는 제2학생회관에 있는 서점에 들러 전공 책을 구매하는 경험이 학우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으로 전공 책을 제2학생회관 서점과 같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이 생겼다고 하자. 그렇다면 많은 학우가 오프라인 서점으로의 발길을 끊고 온라인으로 같은 가격으로 쉽게 구매할 것이다. 이렇듯 당시 많은 소비자는 이처럼 가격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얼마나 편하게 공급받느냐의 문제라며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많았었다.
이번에 개정되는 소위 ‘온라인 도서정가제’는 출판법 제22조 제3항에 명시된 ‘정가를 구매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판매사이트에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웹툰·웹소설 업계에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소비자가 해당 사이트에서 충전하여 사용하는 ‘코인’, ‘쿠키’등의 유료재화를 개수가 아닌 원 단위로 표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오프라인 도서에만 부여됐던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주 마다 연재되는 웹툰·웹 소설에도 매 편 부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웹툰업계에서는 도서정가제가 웹툰을 비롯한 디지털콘텐츠에 적용될 경우 많은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무료감상이나 이벤트를 더는 진행할 수 없게 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원합니다.’라는 게시물에서 청원자는 “전자책은 동네 책방을 위협하는 요소도 아니며 책을 소유할 수조차 없는데 종이책과 같은 정책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며 “출판사의 매출 규모도 줄고 동네 서점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부담스러운 가격에 책과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책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는 김동익(IT정보제어공학·15) 학우는 “소설책을 주로 읽는데 소설책은 한, 두 권으로 완결 나는 경우가 별로 없고 장편으로 출판되기 때문에 여러 권을 구매하면 가격부담도 많고 책장에도 다 들어가지 않아 부담된다.”며 “소설책을 전자책으로 대여해 보게 되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도서정가제 개정에 대해 많이 부정적이다.”라며 반대 의견을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지 못한 정책 도입은 자칫 신뢰를 잃고 불편을 야기한다. 이미 과거에 도서정가제가 적용돼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았었고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주 소비자에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0대 청소년들까지 포함되는 만큼 도서정가제의 개정에는 많은 주의와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