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벌써 한학기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에서 같이 공부했었던 동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세월 참 빠르다. 그 당시에는 타국에서 힘들게 공부해 나가는 그저 가난한 유학생들이었는데 어느새 다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의 선생이 되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실험이나 논문 준비를 해 나가면서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었고, 프리젠테이션 (Presentation)을 준비하다가 자신의 한계를 느껴보기도 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한 도전들을 계속 해 나가면서 때론 실패하여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할 때도 있었고 때론 성취의 기쁨도 느끼면서 살았던 거 같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두려워하며 피해가려 하는 학생들이 꽤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르치는 식품공학 수업시간에 공학이라는 과목 특성상 미적분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냥 미적분이라는 말에 학생들 중 상당수는 그냥 난 모르겠는데 하면서 고개를 숙여버리거나 또는 안 배웠다고 하고 아예 배우려고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막상 부딪쳐서 하려고 하는 마음만 있으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그러한 현상이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지면 도망가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어 자꾸 숨어버리게 되는 경향이라고 본다. 지난 여름 1800만 이상의 관객으로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명량”을 보고 나오면서 이순신 장군이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의 무서운 용기로 나타날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예전에 나는 공부를 잘 했던 편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영어는 못하는 과목들 중에 하나여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컴플렉스를 가질 정도로 영어를 만나면 회피하고 도망치려는 경향이 다분하였다. 그러다가 석사를 마치고 현재도 유명한 아이스크림 회사인 베스킨라빈스 (Baskin -Robbins)라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미국 본사에서 한국 회사로 가끔 점검을 나오는 외국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 영어가 입안에서 맴돌기만 하고 한마디로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어쩌면 그러한 충격이 계기가 되어 유학을 결심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전공 공부도 더 해 보고 싶었지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보자는 생각도 있었던 거 같다. 언제까지 회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 도전하고 부딪쳐 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한 용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러한 도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물론 미국에 가서 엄청난 시행착오와 많은 연습으로 이제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외국인을 만나도 어느 정도는 대화를 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까지 얻은 듯하다. 잦은 실패는 두려움을 극대화하고 그러한 두려움이 커지게 되면 점점 움츠러들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그러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도전과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은 거기에 더해 젊음이라는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도전해보고 실패도 해 가면서 경험을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많이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성장해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패 아니 실수라고 하자 실수하면 어떤가, 아직 젊은데 ‘다시 도전해 보면 되지‘라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삶을 살면서 느끼는 두려운 많은 순간들, 그 순간들에 오히려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훨씬 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