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분석해서 표기할 것인가?(1)

‘도우미’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는데 ‘행사 안내를 맡거나 남에게 봉사하는 요원’이라는 뜻을 지닌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처음 쓴 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전 등재어 중 ‘지킴이’라는 단어도 있다. 이 단어는 사전에 ‘‘관리자’를 달리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두 단어 모두 ‘돕다’, ‘지키다’와 같은 동사로부터 출발하여 ‘-음’과 ‘-이’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그 표기는 다르다. ‘도우미’는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고 ‘지킴이’는 형태소 ‘-이’를 따로 밝혀 적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표기의 일관성을 잃고 있다. 왜 그럴까?
한글 맞춤법 총칙의 제1항에 따르면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어법에 맞도록’이라는 말을 간단히 풀이하자면, 뜻을 지닌 언어단위는 그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것이다. ‘지킴이’의 경우, ‘사람’의 뜻을 지닌 ‘-이’를 밝혀 적었다. ‘사람’의 뜻을 지닌 ‘-이’는 ‘왕눈이’, ‘애꾸눈이’, ‘외팔이’ 등에서도 보인다. 결국 ‘지킴이’는 어법에 맞게 적은 예이다.
그렇다면 ‘도우미’ 역시 ‘사람’을 뜻하므로, ‘-이’를 밝혀서 ‘도움이’로 적어야 하지 않을까? 표준국어대사전이 잘못 표기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전의 처리대로 ‘도움이’가 아니라 ‘도우미’로 적어야 한다.
이 말은 93년 엑스포 때 행사의 진행을 돕는 젊은 여성을 가리키려는 특수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 이 말을 만들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는 우리나라의 미인’의 머리글자 ‘도’, ‘우’, ‘미(美)’도 고려하였다. 일종의 준말인 셈이다. 따라서 이때의 ‘미(美)’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의도로 채택된 것이었다. 결국 엑스포 행사를 위해 특정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우미’의 ‘미’는 ‘지킴이’의 ‘-이’와는 다른 독자적인 의미를 드러내도록 의도되었기 때문에 ‘도움이’가 아닌 ‘도우미’로 적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요즘 ‘도우미’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의미로부터 확대되어 쓰이고 있는데, 그 확대된 의미를 살펴보면 ‘도우미’의 표기 문제가 간단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도우미’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만이 아니라 ‘사람’이나 ‘사물, 도구, 제도’의 의미로 확장되어 쓰인다. ‘홍보 도우미’, ‘학습 도우미’는 여성만을 가리키지 않고 일반 ‘사람’을 가리킨다. 그리고 ‘정보 검색 도우미’, ‘관광 도우미(인터넷 지역 관광 사이트명)’은 ‘사물, 도구’의 의미를 갖는다. 애초 ‘도우미’의 ‘미’가 갖는 독자적 의미인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사라지고 접미사 ‘-이’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곧 ‘도우미’의 ‘-이’는 ‘지킴이, 왕눈이, 외팔이’의 ‘-이’처럼 ‘사람’을 뜻하거나, ‘더듬이, 다듬이, 손톱깎이’의 ‘-이’처럼 도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킴이’처럼 ‘-이’를 밝혀서 ‘도움이’로 적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표기법은 보수적이어서 관례를 중시하여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우미’ 역시 만들어질 당시의 표기가 굳어져 관례화되었다. 따라서 현재 쓰이고 있는 ‘도우미’의 용례에서 접사 ‘-이’의 기능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관용적 표기를 중시해서 ‘도우미’로 적는다. ‘도우미’라는 관용적 표기가 세력을 유지하고 있음은, 이 표기형식을 본뜬 ‘학교 알리미, 대학 알리미(인터넷 사이트명)’의 ‘알리미’나 ‘아이 돌보미, 노인 돌보미’의 ‘돌보미’와 같은 표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