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던 한 청년, 노래하는 유튜버가 되다
어린 시절 한 번쯤 TV 너머 반짝이는 무대의 가수나 연예인을 꿈꿔온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나이가 들수록 이상을 접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여기, 포기하는 남들과는 다르게 현실의 벽에 맞서는 한 청년이 있다. 이번 <황룡골 사람들>에서는 교내의 작은 음악 동아리에서부터 꿈을 키워 버스킹 팀, 더 나아가 ‘Paper cup Studio’이란 유튜브 채널의 유튜버로 활약 중인 성윤기 학우를 만나보았다.
▲ 유튜브 'PAPER CUP STUDIO'의 로고 / 출처 : 성윤기 학우 |
Q. 간단한 자기소개 및 유튜브 채널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군산대학교 환경공학과 16학번에 재학 중이고 현재는 휴학 중인 ‘성윤기’, 활동명 ‘#Yoon’이라고 합니다. 제가 소속된 유튜브 팀은 ‘Paper cup Studio’라는 팀으로 이곳에 소속된 보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독자 수는 약 900명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매주 월, 금요일마다 꾸준히 올라가는 영상들과 앞으로도 점점 더 발전해나가는 퀄리티를 무기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유튜버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처음엔 무작정 노래하는 게 좋아서 ‘1년만 휴학하고 공부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많은 시간을 낭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일이라도 해보려고 시작했던 아르바이트에서 서브 프로듀서님을 만나게 되었고 운이 좋게 ‘Paper cup Studio’라는 좋은 팀에 제의를 받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래하는 게 좋아서 버스킹도 자주 했는데 막연히 노래하는 게 좋다는 걸 넘어서 지금은 제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게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단 마음이 커지면서 가수를 꿈꾸게 됐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저에게 걸어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음악을 할 수 있게 도와줬으니 유튜브 팀 ‘Paper cup Studio’는 그런 저에게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 같았습니다.
Q. 활동 초반에 얼굴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영상을 촬영한 이유가 있나요?
A. 제 ‘외모’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는 자존감이 많이 낮은 편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자존감이 낮다고 하니까 조금 의아하시겠지만 노래할 땐 외모에 대한 생각보단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과 저, 이 둘이 만나서 세상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럴 때 전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 촬영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잘 생기고, 예쁠수록 시작을 점할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외모 때문에 팀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팀원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기도 했고 스스로 다이어트도 해보고 책도 찾아 읽으면서 제 외모를 조금씩 사랑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다 이번에 크게 결심하고 한번 서봤습니다. 아직도 영상에서 사람들이 외모를 평가할까 봐 두렵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를 가꾸면서 자존감을 높여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군산 버스킹 팀 '내쿠스틱(맨 왼쪽 성윤기)' / 출처 : 성윤기 학우 |
Q. 유튜브 활동 외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노력이 있나요?
A. 첫 번째로 제가 속해있는 ‘내쿠스틱’이란 버스킹 팀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거리예술이란 게 무엇인지 가장 많이 실감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로 군산 은파호수공원이나 전주나 익산의 대학로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버스킹 팀으로 여러 공연도 서고 많은 관객에게 더 좋은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어서 노력하다 점점 실력이 늘었던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저는 군산대학교 어쿠스틱& 중창동아리인 ‘등대지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동아리 이름으로 학교 단과대학축제나 황룡제 등의 행사에 무대를 서면서 많은 무대경험을 쌓았던 것도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다리가 너무 떨려서 노래도 제대로 못 했는데 요새는 무대가 하나의 놀이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Q. 노래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적은?
A. 매 노래하는 무대마다 보람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누군가의 인생에 한 번뿐일 수도 있는 결혼식 축가를 불렀을 때인 것 같습니다. 한 번도 축가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저희 버스킹 팀에게 불러주실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을 때 많이 걱정했습니다. 저야 평소랑 똑같이 노래하면 된다고 혼자 최면을 했지만 제가 실수하면 누군가의 인생에서 소중한 부분을 망칠 수도 있는 자리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노래를 시작했을 때 신부님과 신랑님께서 서로 눈을 맞추시는 걸 바라보면서 불렀는데 그 장면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나의 노래가 누군가의 인생에 깊게 남겨지는 순간이 확 와 닿았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 그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제 첫 축가를 드렸던 그분들은 지금도 잘 지내실 겁니다. 행복을 담아서 노래했으니까요.
Q. 꿈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A. 사실 부모님께서 노래하는 것 자체를 많이 싫어하셨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길 원하셨던 부모님께 음악을 하겠다는 저의 말은 충격이셨는지 진심으로 음악을 시작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설득하기까진 적어도 반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무작정 시작한 음악은 계획 없이 시작한 만큼 내가 음악을 하는 게 맞는지 부정적인 생각이 점점 커지니까 의욕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다 저희 유튜브에 영상들이 올라오고 사람들의 반응도 좋으니 어느 순간 부모님께서 응원해주셨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제 유튜브 사진으로 해주시는 걸 보고 뭔가 울컥했습니다. 아직도 많이 좋아하시진 않으시지만 적어도 응원은 해주시니까 그런 부모님으로부터 좀 더 노력하는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 얼굴을 드러내고 처음으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성윤기 학우 / 출처 : 성윤기 학우 |
Q.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와 같은 꿈을 가진 학우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처음 노래를 부를 때의 떨림을 잊지 말자’입니다. 그 떨림이 지금의 당신, 그리고 나를 이루는 중요한 퍼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기회든 항상 적극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에게 중요한 건 시간과 노력입니다. 재능 또한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자만하는 것만큼 가수라는 길을 걸을 때 독이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한 것. 항상 적극적으로 하는 것, 이런 것들을 모두 갖추고 계신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잘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시작했으니 여러분에게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좋은 모습 보여 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