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갈등, 앞으로 제주도의 운명은?

   
 

최근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얼마 남지 않은 국회 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와 맞물려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2007년 강정마을에서 마을회의를 거쳐 제주도에 유치를 건의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제주도는 주민 의견 수렴과 여론 조사 등을 거쳐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확정했다.
하지만 강정마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주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을회의에서 유치를 의결했다지만, 1000여명에 이르는 주민 유권자 중 87여명만 참석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몇 달 뒤에 열린 마을회의에서는 800여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참석해 유치 반대를 의결하기도 했다. 찬성 측에서는 평상시 마을 회의 참석자가 50~60여명 수준이고, 향약 규약에 따라 51명 이상만 참석하면 총회가 성립한다며 후보지 선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지만, 제주도민 측은 유치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입지의 타당성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후 제주도와 도의회에서 크루즈선도 출입할 수 있는 민군 복합항으로 건설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 등 대선 후보들이 이를 수용했다. 2008년에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기항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민군 복합항 계획은 문제를 더 키웠다. 최근 벌어진 선박 입항 시뮬레이션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증명한다.
제주도 측은 지난 선박조정 시뮬레이션 검증 당시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시뮬레이션에 참여해 검증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 측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과 공사 일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제주해군기지 찬성 측인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제주도의 공사 일시 중지 요구에 대해 공사자체가 너무 늦어지면 국가적 예산 낭비가 우려되고 갈등과 소모적 논쟁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거부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다시하려면 7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검증을 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공사는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우려하는 점에 대해선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히 검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더해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제주도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경우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계속 진행해 왔고, 현 단계에선 입법적으로 맞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제주도의 절대보전지역에 대한 사안이다. 절대보전지역은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지정된다. 이는 절대 어떤 개발도 못하는 지역을 말하는데 제주도는 환경의 섬이므로 난개발을 막기 위하여 이 제도를 도입했다. 강정마을은 2004년에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나, 2008년에 김태환 도지사가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도의회에 상정해 통과됐다. 그리하여 강정마을 지역의 절대보전지역은 해제됐다. 그러나 제주도 측은 당시 도지사와 절대 다수의 당의 의원들이 날치기 통과를 시켰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종교단체에서는 해군기지건설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초래한다는 문제점을 들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 및 해상교통로 보호는 해군이 아닌 해경의 업무이고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우리나라가 미·중 패권경쟁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찬성 측에서는 제주도 남방의 배타적 경제수역 및 해상교통로 보호와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지정학적으로 제주도 및 남방해역은 전쟁발발 시와 유사시에 북한의 침투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군사전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에 건설되어야 된다고 한다.
제주도 측의 입장은 공사의 백지화 혹은 원점 재검토이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 찬성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배단경 기자

bdgmicky@kun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