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튀만 먹고 헤어집니다” MZ세대 단발성 모임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감튀(감자튀김) 모임’, ‘경도(경찰과 도둑) 모임’ 등 뚜렷한 목적 달성 후 미련 없이 흩어지는 단발성 만남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로지 감자튀김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먹거나, 특정 공간에서 술래잡기를 하기 위해 모이는 식이다. 이처럼 ‘가볍게 모이고 가볍게 헤어지는’ 쿨(Cool)한 관계 맺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대인의 변화된 교류 방식을 대변하고 있다.
실제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모임원 모집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감자튀김만 먹고 헤어질 분 구합니다”라는 게시글이 대표적이다. 각자 감자튀김을 사 오거나 회비를 모아 대량 주문한 뒤, 함께 나누어 먹고 곧바로 해산한다. 공원에 모여 일정 시간 ‘경찰과 도둑’ 게임만 하고 흩어지는 모임도 마찬가지다. 연락처나 소셜미디어(SNS) 계정 교환은 철저히 배제되며, 아예 “친목 목적 강제 퇴장”이라는 규칙을 명시하기도 한다.
이 같은 ‘휘발성 만남’이 각광받는 핵심 이유는 ‘관계의 무해함’과 ‘효율성’에 있다. 기존 동호회처럼 정기적인 참석 일정이나 복잡한 회칙, 지속적인 친목 도모를 요구하지 않는다.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돼 감정적 소모가 없고, 본인이 원하는 목적만 달성하면 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소속감보다는 즉각적인 경험과 단기적 즐거움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행동 양식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 사회가 만든 ‘관계 피로도’가 자리하고 있다. 장기적인 인간관계 유지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소모적인 감정 교류 대신 목적 중심의 짧은 만남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관심사가 일치하는 타인을 손쉽게 탐색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관계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려는 현대 사회의 실용주의적 잣대가 투영된 결과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이름과 나이조차 모르는 불특정 다수와 오프라인에서 대면해야 하는 만큼, 범죄나 돌발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모임 참여 시 개인 신상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지인과 동행하거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개된 안전한 장소를 택하는 등 참여자 스스로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