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초기 은행 건축의 독특한 형식,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축물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능과 용도에 대응하는 일정한 형식에 따라 지어진다. 그 형식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은 사회적인 요구뿐만 아니라 건축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 조건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은 근대 초기 은행 건축의 독특한 형식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접객 공간과 창구를 포함한 영업장, 금고, 사무실, 문서실 등으로 구성된다. 가까운 은행에 가보면 넓은 영업장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금고와 사무실 등의 공간이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안전성이 우선시 되는 은행 건축의 특성이 반영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은 영업장과 금고, 사무실을 하나의 건축물이 아닌 별도의 건축물로 구성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이라고 부르는 건물은 보다 정확하게는 ‘일본18은행 군산지점 영업장’ 건물이다. 이 영업장 건물 뒤쪽에 왼쪽으로는 금고 건물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사무실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3동의 건축물을 최소한의 간격만을 두고 바짝 붙여 짓고, 영업장 뒤쪽에 금고로 통하는 문을 만드는 등, 3동의 건물은 은행 기능을 효율적이며 유기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배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목조로 지은 영업장 및 사무실과는 다르게 안전성이 중요한 금고는 벽돌로 지어야 했고, 그와 같은 개별 건물의 현실적인 요구와 구법 및 재료의 차이가 18은행의 공간 구성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이 언제 최초로 건립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1907년 군산지점 설립 당시 이 건물들이 지어졌을 수도 있으나, 최초의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물로 알려진 사진과 현재의 건축물은 여러 이유에서 동일한 건축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건축물은 1907년 군산지점 최초 설립 당시 사용하던 사진 속의 건축물 이후에 별도로 신축한 건축물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이 위치한 군산시 장미동 32번지의 폐쇄등기부 등본에는 1914년 10월 13일자로 최초의 등기 기록이 확인된다.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물에 대한 최초의 등기인 1914년의 폐쇄등기부 등본에는 건물이 총 4동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4동의 건축물은 1982년 3월 18일자 등기부등본에도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4동의 건축물 중 현존하지 않는 화장실을 제외한 3동의 건축물은 현재 문화재로 등록된 건축물과 구조와 층수, 면적이 일치하고 있어 이들 건축물이 1914년경에 최초로 건축되고 등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과 같은 폐쇄등기부 등본 상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1914년 경 4동의 건축물로 최초 건축되었고, 이후 화장실은 철거되고 영업장과 금고, 사무실이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1877년 창립되어 일본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영업하던 일본18은행이 최초로 지점을 낸 것이 1890년 인천이었다. 이때부터 일본18은행의 한국 내 지점들이 설립되기 시작하였고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의 주축으로 일본인 상공업자를 주로 지원하였다. 군산지점이 개설된 것은 1907년이었다.
일제강점기 동안 총 9개의 지점을 운영하던 일본18은행은 1936년 한국내의 모든 지점을 폐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당시 군산지점도 폐지된다.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이후, 1936년 주식회사 조선식산은행에 매각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1938년 4월 4일자로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에 매각된다.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는 현 씨제이대한통운주식회사의 옛 이름으로 1950년 11월 한국미곡창고주식회사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고, 1963년 2월에는 대한통운주식회사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 때문에 몇 년 전까지도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대한통운주식회사의 소유였다.
영업장과 금고, 사무실 등을 별동으로 구성한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은 근대 초기 은행 건축의 독특한 형식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현재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군산시 근대문화도시 조성 사업에 포함되어 있다. 수리, 복원 공사 중에 있는 이 건물은 조만간 군산의 근대도시와 건축을 소개하는 전시시설로서 시민에게 개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