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나버린 국가 방위

지난 6일, 개성공단 인근 초소에서 북한군이 상관을 살해한 후 남측으로 귀순한 사건이 있었다. 이전에는 8월 17일에 하전사(병사) 1명이, 10월 2일에 상병 1명이 귀순하는 등 올해 들어 갑작스레 북한 군인들의 귀순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군의 귀순이 아니다. 문제는 북한군의 귀순이 우리의 뚫린 방위의 틈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지난 10월 2일에 일어난 ‘노크 귀순’ 사건은 우리 국가 안보와 방위가 적색 신호를 띠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이 사건은 북한군 병사가 동부 최전선의 비무장 지대를 넘어 철책선을 뚫고 우리군 GOP 내무반 앞으로 귀순한 사건으로, 우리 군의 부실한 대응과 CCTV 미작동, 상황 보고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귀순자가 직접 소초를 찾아와 노크를 했을 때까지 우리 군이 귀순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귀순자가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린 후 반응이 없자 30m 떨어진 내륙 1소초까지 이동해 출입문을 두드릴 때까지 총 8분이 소요됐고, 그동안에 아무런 대처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당시 경비대 안에 사람이 존재했으나 노크 소리를 듣지 못 했던 것이다.

CCTV가 작동되지 않은 것도 역시 큰 문제점이다. 북한군이 귀순 의사를 표시하며 1소초 문을 두드릴 당시, 해당 소초에 설치된 CCTV 녹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국회 국방위가 지난 12일 22사단 예하 부대를 찾아 현장 검증을 했는데 이때, 최전방 GOP 소초의 CCTV가 5만원짜리 가정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소초에 철책과 소초 외곽을 경계하는 경계용 CCTV는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최전방에서 국가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부대의 CCTV가 가정용이라는 사실부터가 부실한 국가 보안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 보고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북한군을 CCTV로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는 최초 보고는 부소초장이 추정을 토대로 대대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고한 것이 아니라 상황을 추정해서 보고를 한 것이다. 더불어 최초의 보고를 번복하고 정정 보고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부대가 CCTV로 신병을 확보했다는 최초 보고를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라고 정정 보고한 것이 군단과 군사령부, 합참 등 상급 부대에서 정정된 내용으로 적시에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군사령부는 귀순자 신병 확보에 관한 사항을 합참에 정정 보고한 시간이 3일 오후 5시 6분이었다. 군사령부의 뒤늦은 정정 보고도 문제였지만 합참 상황실은 이 같은 보고를 10일까지 열람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안보문제는 그전부터 예견되었던 문제였다. 북한군 병사가 ‘노크 귀순’한 육군 22사단은 휴전선 동쪽 끝의 험준한 지형과 넓은 경계 범위 때문에 경계 실패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지역이었다. 더구나 전군에서 유일하게 육상과 해안 경계를 모두 담당해 경계 범위가 가장 넓은 지역이며, 2003년 이후 북한 민간인 7명, 군인 1명이 이곳으로 귀순했을 정도로 안보상 중요한 곳이었으나 인력은 이에 미치지 못 했다. 또한 2010년 이후 경계 소홀로 인한 징계 대상자 20명 중 16명이 22사단 소속이었지만,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때우기 식의 경계 강화 조치와 문책들만 진행될 뿐이었다. 국가 안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대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합참은 전방 철책의 윤형 철조망 보강, 지주대의 철조망 보완 조치를 모든 전방 부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또 CCTV 등 감시 장비를 보강하고 감시경계·무장로봇으로 이뤄진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입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군 전반에 국가 안보에 대한 경각심 강화가 필요하다. 북한군의 기강해이, 잦은 탈영은 군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북한 군부가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 즉 남침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시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배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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