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 단어(2)

한국어 동사에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많다. 언뜻 생각나는 동사만 해도 ‘끓이다, 삶다, 찌다, 볶다, 튀기다, 데치다, 담그다, 다지다, 버무리다, 조리다, 졸이다, 우리다, 달이다, 절이다, 무치다’ 등 꽤나 다양하다. 조리와 관련된 동사가 다양한 만큼 그 의미 또한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는 동사들이 있다.

‘졸이다’와 ‘조리다’

다음 예문에서 올바로 쓰인 단어를 골라 보라.

(1) 가. 찌개를 {졸이다./조리다.}
    나. 생선을 {졸이다./조리다.}
    다. 연근졸임/연근조림

‘졸이다’는 ‘찌개, 국, 한약 따위에 열을 가해 물을 증발시켜 분량이 적어지게 하다’라는 뜻이다. 한편 ‘조리다’는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양념하여 국물이 거의 없게 바짝 끓이다’라는 뜻이다. 쉽게 설명하면 ‘졸이다’는 재료에 양념이 배어들도록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액체 등에 열을 가해 증발토록 함으로써 농도를 진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조리다’는 어떤 재료에 양념을 넣고 끓여서 맛이 배어들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두 동사와 어울리는 명사에도 차이가 있다. ‘졸이다’는 ‘한약, 간장, 젓국, 찌개’처럼 열을 가해 물이 증발하면 농도가 진해지는 단어와 어울린다. 반면 ‘조리다’ 앞에는 ‘고기, 생선, 채소’ 등 양념이 배어들게 할 재료가 나온다. 두 동사를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졸이다’는 ‘졸다’의 사동사이므로 ‘(무엇)이 졸다’ 형식의 주동문으로 바꿔도 뜻이 통한다. 곧 ‘국이 졸다.’, ‘간장이 졸다.’가 가능하다. 반면 ‘조리다’는 ‘(무엇이) 졸다’로 바꾸면 ‘*생선이 졸다.’, ‘*고추가 졸다.’처럼 이상한 문장이 된다.
(1가)의 경우 ‘찌개’에 열을 가하면 농도가 진해지므로 ‘찌개를 졸이다.’가 맞는다. (1나)에서는 ‘생선’에 양념이 배어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생선을 조리다.’가 맞는다. (1다)는 어떨까? 재료인 ‘연근’에 간장 양념이 배도록 한 요리이므로 ‘연근조림’이 맞는다.

‘끓이다’와 ‘삶다’

다음 예문에서 올바로 쓰인 단어를 골라 보라.

(2) 가. 봄나물을 {끓여서/삶아서} 무쳐 먹다.
    나. 국수를 {끓이다./삶다.}
    다. 라면을 {끓이다./삶다.}

‘끓이다’는 ‘액체에 열을 가해 거품이 솟아오르도록 하다.’라는 뜻이다. ‘삶다’는 ‘음식이나 빨래 따위를 물에 잠기게 넣고 푹 끓이다.’라는 뜻이다. ‘끓이다’의 대상이 명사는 대체로 물이나 국, 찌개인데 이때 국물은 먹는다. 반면 ‘삶다’의 대상은 ‘고기, 달걀, 빨래’ 등인데 그 대상이 음식일 경우, 끓이는 물은 먹기 위한 국물이 아니라 음식을 익히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그리고 ‘끓이다’는 ‘끓다’의 사동사이므로 끓이는 대상을 주어로 하는 ‘(무엇이) 끓다.’ 형식으로 바꾸어도 문장이 성립한다. 곧 ‘물이 끓다.’, ‘찌개가 끓다.’처럼 바꾸어도 의미가 통한다. 반면 삶는 대상을 ‘끓다’의 주어로 하게 되면 ‘*고기가 끓다.’, ‘*달걀이 끓다.’와 같이 문장이 이상해진다.
(2가)의 경우 ‘봄나물’을 삶은 물은 먹지 않으며, ‘*봄나물이 끓다.’라는 문장도 성립하지 않으므로 ‘봄나물을 삶다.’가 맞는다. ‘국수’를 삶은 물 역시 먹지 않는다. 따라서 (2나)에서는 ‘국수를 삶다.’가 맞는다. (2다)는 어떨까? 우리는 라면과 함께 국물도 먹는다. 그리고 문장 ‘라면이 끓다.’가 성립하므로 ‘라면을 끓이다.’가 맞는다. 결국 ‘국수’는 ‘삶아서’ 먹고 ‘라면’은 ‘끓여서’ 먹는다. 그렇다면 ‘칼국수’는 ‘끓여서’ 먹을까, ‘삶아서’ 먹을까? 위 기준을 적용하여 독자들께서 판단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