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부터 병장까지, 일기장에 담기다.
▲김현우 학우가 집필한 김병장의 솔직한 토크21 |
남학우라면, 대한민국 남자라면 현역이든 보충역이든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행해야 하므로 입대 시기가 다가오면 그만큼 당황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짧게는 18개월에서 길게는 21개월 이상 사회와 단절되어있는 곳으로 간다는 불안감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신 나게 술을 먹기도, 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현역이든 보충역이든 병역 이행의 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나 홀로 학업을 중단한 채 긴 시간을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는 걱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 이번 황룡골 사람들에서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으로 복무를 마치고, 힘든 군 생활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장에 녹여내 출판에 성공한 IT정보제어공학과 15학번 김현우 학우를 소개한다. 군 복무만으로도 벅찼을 그가, 어떻게 시간활용을 해서 매일 일기를 쓰고 출판까지 성공했을지 함께 알아보자.
Q.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김 병장의 솔직한 토크 21”의 저자이자 대한민국 육군으로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학교에 복학하게 된 IT정보제어공학과 3학년 김현우입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했고, 16년도 5월에 입대해 18년도 2월 2일에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Q. 군대생활을 담은 일기를 책으로 출판하셨는데,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합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리 걱정되지 않았었는데 대학에 들어오고, 입대시기가 반년, 한 달, 일주일 사이로 다가오자 당황스러웠습니다. 평소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군대이야기를 했었는데, 막상 군대에 가게 된다고 하자 두려움에서 공포로 공포에서 공허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 속에서 또래 친구들에게 가이드가 되고 싶었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 놓은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입대하는 당사자만큼이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부모님께서 걱정을 더 많이 하십니다. 아버지들께선 직접 겪었던 만큼, 어머니들께선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친구들에게 군대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부모님께 바뀐 군대에 대해 알려 드릴 수 있도록 ▲신병교육대 ▲자대 ▲계급 ▲육군 부대 마크 ▲군대용어 ▲부모님과 주고받은 편지로 목차를 구성했습니다.
Q. 군대에서 작성한 일기를 책으로 출판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군대에서 보내는 21개월이 제 인생에서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일기를 쓰게 됐습니다. 첫 면회 오신 부모님께 군대에 있던 이야기, 군대만의 신기한 문화, 하루하루 일기를 쓰고 있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무척 재미있어하시면서, 나중에 “일기를 모아서 책을 써 보는 게 어떨까?” 라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부모님의 조언을 따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일기를 쓸 수 없는 날도 있었지만, 그럴 땐 메모장에 메모하는 등 최대한 쓰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사실 일기를 쓰면서도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책이라는 엄청난 결과물이 될 거라는 생각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의 마음을 표현한 책이 없었고 군대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전환을 위해서라도 꼭 출간하고 싶었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군대라는 환경이 일기를 매일 쓰기에는 부적합했을 텐데, 계속 쓰게 된 동기나 비법이 있나요?
군대가 힘든 점은, 사회와 단절되어있다는 것 이외에도 몸을 쓰는 작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힘든 훈련이 있거나, 40km 이상 걷는 행군이 있는 경우엔 온몸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힘들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했습니다. 몸이 힘들고 귀찮고 ‘오늘 하루쯤이야’ 라고 생각해 하루, 이틀 빠지게 된다면 전역 후에 일기장을 다시 폈을 때 자신에게 실망할 것 같았습니다. 비어있는 날짜를 발견하고 “이날은 뭘 했을까?”, “왜 이때 일기를 적어두지 않았을까?” 하는 허전함과 후회가 저에게 항상 전투복 주머니에 수첩을 가지고 다니도록 이끌었습니다. 사실, 군 생활의 상당수를 기록했을 때부터는 그동안 써왔던 것들이 아까워서라도 오기가 생겼었던 것 같습니다.
Q. 군 생활 전과 후로 비교해서 자신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입대 전에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컨디션에 따라 강의에 빠지는 일이 가끔 있었다면,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한 뒤로는 저에 관한 책임이 높아지고 진지한 태도를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운전병으로 복무하다 보니 운전 실력이 전보다 상당히 늘어났고, 초보 작가이면서 표지에 얼굴을 대문짝만 하게 넣는 등 저에 대한 자신감도 입대 전과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것 같습니다.
Q. 일기를 매일 쓰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 기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그때 일기를 기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메모장을 활용하다 보니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고 사회에 나와서도 많은 덕을 볼 수 있었습니다.
Q. 일기를 출판하면서 겪었던 일 중 힘들었던 일화가 궁금합니다.
전역 후, 원고를 들고 군대 책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에 투고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원고는 책으로 만들어져도 가치가 없다고 거절당해 한동안 힘들었습니다. 이대로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유명한 책도 한 번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고 책이 나오기까지 응원해준 가족의 큰 힘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 원고를 보내고 난 뒤에도 인쇄 전까지 수정할 것이 계속 생겼습니다. 그렇게 수백 번 이상 수정을 거쳐 좋은 책을 만들어주신 출판사와 편집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책의 가치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 김현우 학우 / 촬영 : 권태완 |
Q. “김 병장의 솔직한 토크 21”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62만 5천 명가량 되는 군인 중 순전히 저라는 개인만의 이야기지만, 이 시대를 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군대를 보내는 부모님이나 곧 입대를 앞두고 걱정하는 또래의 친구들에게도 일종의 가이드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군대의 체계, 일반인도 알아두면 좋은 상식, 군대용어, 군대 일화 등은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병장의 솔직한 토크 21”의 가치는 꾸준히 일기쓰기라는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누구나 군대에 가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그것도 일반 병사가 했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입대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군 복무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군 복무를 A급으로, 엘리트처럼 해도 사회에 나오면 추억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때 얻게 된 질병, 상해는 어쩌면 평생 따라다닐 수도 있습니다. 아파도 선임의 눈치를 보면서 참거나 아무 표현도 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군대에서 내 몸,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합니다. 또한, 군대는 시간만 흐르는 곳이 아닙니다. 꼭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왕 군대 생활을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보내는 것이 유익하고 긍정적일까 고민하세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전역하기 기원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촬영 : 권태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