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학술문학상 학술부문 심사평
당선작으로 선정된 [‘삼포세대’ 우리는 또 다른 1970년을 겪고 있다]는 서평이면서도 단순히 책을 평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서평자 자신의 과거경험과 생각, 소개하는 작품인 ‘외딴 방’, 그리고 1970년대의 현실과 2011년 현재의 상황을 잘 버무려서 독자들이 현실감 있게 서평을 읽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택하게 만든 이유다.
아쉬운 점은 글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것이다. 물론 1970년대의 현실과 2011년의 현실이 젊은이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상황 때문에 이에 대해 비난할 것은 아니지만 한 젊은이가 이런 현실을 마음과 몸으로 느끼고 글로 녹여내야 한다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서평자가 언급했듯이 2011년의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취업, 꿈 이 네 가지를 포기한 세대, 즉 ‘사포세대’에 속한다는 자조감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젊으니까.]라는 이 작품의 끝맺음에서 우리는 서평자를 포함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이게 어려움 속에 있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가작으로 선정된 [독서의 가치]는 차분하게 독서의 장점들을 나열했지만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 가지씩 뜯어보면 수긍이 가지만 글 전체가 강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음미하며 읽어가다 보면 독서가 우리에게 왜 좋은지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꾸준한 독서를 하다보면 어느 날인가 느끼게 될 것이다. [꾸준히 독서를 하게 되면 어느 순간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별처럼 쏟아지는 날들이 여러분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을. 그런 순간이 여러분 앞에 펼쳐질 때까지 독서하고 또 독서하자. “나는 현재 독서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가치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진지한 질문과 함께. 그리고 필자가 주장하는 장점들을 하나씩 하나씩 체감해 보자. 어느새 독서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여러분과 항상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하녀』는 1960년 김기영 작의 50년 후 임상수의 리메이크이다. 원작은 정교한 공간구성과 절묘한 연출로 숨막히는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스릴러이면서도, 소시민들의 경제적 신분 상승 및 유지를 위한 배금주의의 실천이 불러오는 필연적인 불안감을 언급하는 시대비판적인 요소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바람난 가족』, 『그때 그사람들』로 우리시대 특징적인 인물과 가치관 및 사건들에 대한 매우 도발적이면서도 쿨한 해석과 풍자를 시도했던 임상수 감독의 재기발람함이 이 걸작을 어떻게 변주해낼 것인가에 대한 기대는 영화팬들에게 남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싱거운 것이었다.
2010년작 『하녀』는 원작의 이야기구조만을 원단으로 수입하여, 그 요소들의 특성과 관계에 대하여 몇 가지의 수정을 거친 후, 거침없이 고급스러운 채색과 가공을 감행하였다. 특히 최상류층의 내밀한 생활방식의 묘사에 따른 스타일리쉬한 미장센과 주인-하녀간 불륜의 묘사에 따르는 에로티시즘의 노출이 요구하는 관음성은 대단한 위력으로 관객의 주의를 붙잡아내고 있었다. 여기에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의 비중으로 환산하여 거래를 진행하는 인간들과, 로맨스와 생명에 대한 열정의 높은 순도를 지닌 주인공간의 대비를 통하여, 첨단자본주의시대 인간성의 일그러진 단면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가 살짝 덧붙여졌었다.
영화는 전자의 목적에 해당하는 우아한 양식미와 도발적 자극성의 면에서 이룩한 성취에 비해, 후자의 시대 언급적인 기획에 있어서는 그리 풍성한 결실을 일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지기에, 『하녀』는 애초부터 너무도 특수한 맥락의 특수한 인물들간의 드라마틱한 관계와 관련 상황에 대한 너무도 감각적인 상황의 묘사에 집중하였던 탓이었다.
오은지의 리뷰는 이 화려한 텍스트로부터 특히 ‘정체성 상실’이라는 키워드로 『하녀』의 시대적 발언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주인공들 모두에게서 주어진 지위나 역할에서부터 이탈을 감행하려 하거나 혹은 그렇게 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상황을 강조함으로써, 영화는 우리시대의 해체지향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그 만큼 인간 본연의 주체성에 대한 갈망을 우리에게 환기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비록 심사자가 평자의 이러한 해석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특정한 개념을 중심으로 주어진 텍스트로부터 진중한 의미를 창출하고자 하는 민감성과 집중력은 본 리뷰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적지 않은 소득이었다. 영화라는 문화상품은 대중예술로서의 나태함과 표피성을 가질 수 있지만, 항상 자신에 대한 부지런하고도 심층적인 분석을 환영하는 열린 텍스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