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에서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현금’이 유일한 지급수단입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어디서든 현금을 사용할 수 있게 모두를 배려해 주세요.” 2020년 한국은행은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며 현금 사용 선택권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키오스크와 일부 지역의 현금 없는 버스 도입으로 인해 현금 없는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금 사용 선택권이란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급 결제수단을 선택할 때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현금 사용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권리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언택트 시대에 맞춰 무인 매장이 확대되었고, 무인 매장의 키오스크 사용으로 편리함을 느껴 카페부터 식당까지 하나둘 키오스크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키오스크의 주된 결제수단은 카드로, 키오스크 도입 이후 비현금 결제수단 이용이 증가하였다. 키오스크 이외에도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에서도 현금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현금 없는 버스가 이에 해당한다. 서울, 인천, 대전 등 여러 지역에서 현금 없는 시내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금 없는 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현금 유통 관리비를 줄이고 버스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버스 회사는 현금통을 없앴다.
현금 없는 사회는 우리에게 동전을 갖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없앴지만, 현금 없는 사회로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인들이다. 주된 현금 소비층이 노인이기 때문에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현금 없는 사회는 또 다른 노인 소외의 문제를 만들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접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에 부딪힌다. 정부에서 혹은 지역마다 노인들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한다고 해도 가게마다 키오스크 메뉴 구성이 달라지면 또 다른 문제 상황이 발생한다. 현금 없는 버스도 마찬가지이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노인들은 현금을 받지 않는 버스에서 승차 거부로 곤란에 처한다. 이와 같이 취약계층의 소비 활동에 제한이 걸리면서 현금 사용 선택권이 필요해졌다.
우리나라는 현금 없는 사회로 접어드는 중이지만 앞서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과 같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ATM 등 현금공급 창구 축소에 따른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 약화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및 소비활동 제약 △최종 결제수단으로서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과 같은 문제점이 공통으로 발생했다. 각 국가의 정부 및 중앙은행은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며 현금 사용 선택권 보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홍보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로 누군가에게는 삶의 질이 상승하게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매번 혼란스러운 순간의 연속이 되었다. 현금 사용 선택권에 따라 소외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학우들은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발전하는 사회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