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작은 화면에 잠식될 것인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살아 숨 쉬던 일들이 코앞으로 덜컥 다가오고 있다. 원격 수업·재택근무·가상세계 등 막연하게 그려왔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술적 성과는 꾸준히 나타났지만, 본격적으로 불씨를 지펴준 것은 단연 코로나19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비대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고, 단시간 내에 실질적 성과를 거둬야만 했다. 사면초가의 상황 속에서 전 국민이 머리를 맞댄 결과, 다양한 방안이 도출되었고 고민의 흔적들은 현 기술의 든든한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일상과 업무의 경계를 나눌 것 없이 기술로 일상을 영위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현대인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을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은 크기를 지녔지만, 일상의 전 영역을 아우를 만큼 방대하고 빠른 데이터베이스를 지니고 있다. 나아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내부를 꾸밀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다양하게 골라 쓸 수 있는 케이스까지 존재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은 속도감과 개성이라는 시대적 키워드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현대를 대변하는 물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의 용도가 무궁무진한 만큼, 우리의 일상은 불과 10년 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해졌다. 작은 터치만으로 음식을 대문 앞까지 요청할 수 있고, 어느 곳에서나 각종 미디어를 손쉽게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은 은연중에 또 다른 무언가를 앗아가고 있다. 현대인의 휴식 시간을 장악하고 있는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자. 유튜브는 좌표나 배속 시스템이 존재해 자투리 시간에도 간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하나의 콘텐츠를 시청하면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해주기 때문에 알고리즘에 이끌려 장시간 시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종종 내가 원하지 않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노출되어도 빠르게 옆으로 넘기면 그만이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자극에 둔감해지고, 세상의 반쪽만을 바라보는 격이 된다. 마치 독이 든 성배처럼, 우리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편안함에 취해 ‘나’만의 일상을 잃어가는 것이다.
하루에도 옷깃을 스쳐 가는 인연은 무수하지만, 우리는 손안의 작은 화면에 사로잡혀 주변의 것들을 외면한 지 오래다. 일제히 아래로 향해 있는 시선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인간답지 않은 위화감을 느끼곤 한다. 그 장소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고정된 시선은 여전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임에도 그 안의 모습은 철저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일상을 되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영향력을 올바르게 인지하는 것이다. 미디어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와 광고를 노출시키기 때문에 이는 어떻게 보면 과거의 지루한 패턴일 뿐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집을 나서며 마주하는 푸른 하늘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무심코 바라본 창 밖 풍경이 뜻밖의 영감을 불러올지도 모를 일이다. 매 순간, 일상을 이루는 작은 요소들은 여러 감정을 안겨 주곤 한다. 다만 너무 익숙하여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 뿐. 이대로 과거의 흔적에 갇혀 살아갈지, 일상의 다채로움을 즐기며 나아갈지는 온전히 그대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