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동심, ‘레고랜드’ 사태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가득히 심어줄 레고랜드가 국내에 상륙했다.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는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로 불리고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국내 최초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아왔으나, 입지 선정 이후 중도에 선사시대 유적이 나와 건설은 잠정 중단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악재를 겪어왔다. 이에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유적지를 피해 레고랜드의 공사 부지를 바꾸고, 유적지 구역에 공원과 박물관을 만드는 방향으로 건설 계획을 전반적으로 수정하였다.
이후 2019년, 5년 만에 사업을 재개한 투자목적의 특수회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이미 절반 넘게 써버린 출자금만으로 레고랜드 건설이 힘들다고 판단되자, 2천억 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그리고 최근 뉴스에서는 ‘레고랜드 부도’라는 키워드로 채권시장이 들썩이고 있는데, 이 채권이 바로, 레고랜드의 부도 원인이다. 문제가 된 채권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레고랜드가 앞으로 벌 돈을 담보로 투자받은 것인데, 레고랜드가 돈을 벌어 빚을 갚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강원도가 채권 지급보증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을 서게 되면 채권을 갚을 능력이 높아져 채권도 신용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에 국내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이 채권을 믿고 투자하였으나, 만기 하루 전 강원도지사가 회생신청을 하며 “돈을 갚지 못하겠다.”라고 발언했다. 강원도지사의 발언으로 일반 회사채는 물론, 최상급 신용도를 가진 공사채들이 줄줄이 유찰하였고,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음습해졌다. 잇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크게 휘청였다. 또한, 신용도 A급이던 이 채권은 채무 불이행을 뜻하는 D등급으로 강등되면서 지난 10월 5일, 최종 부도 처리되었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은 이번 레고랜드 사태가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채권 시장으로 연결되며,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레고랜드에 따르면, “레고랜드 언급 보도와 관련해서 리조트의 운영과 재무 상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민들과 레고랜드의 처한 상황에 대하여 정부 측은 50조 원 규모의 공급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에 단기적으로 채권시장 내 신용 문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레고랜드의 미래와 채권시장의 안정화는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강원도의 문제에서 채권시장의 혼란으로, 뒤이어 경제적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파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사례로서 기억될 것이다. 별 탈 없이 즐길 수 있던 테마파크가 이러한 사태로 인해 색안경이 끼워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앞으로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레고랜드에 악영향을 받아 얽힌 상황들이 점차 해결되어 향후에는 레고랜드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 출처 : 강원도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