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밑에 동물권? 모두 같은 생명입니다
지난 7월 16일, 군산 신풍동 일대에서 왼쪽 눈 위 머리에 못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박힌 채 배회하고 있던 고양이가 발견되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고양이는 발견되었을 당시 머리에 박힌 물체로 인해 눈두덩이가 부어오른 상태였으며, 수 열흘 동안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어 하루빨리 구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워낙 경계가 심하고 보통의 포획 틀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포획 틀을 제작해서 구조해야 했다. 결국 발견 50여 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했고, 곧바로 광주의 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엑스레이 촬영 결과, 머리에 박혀 있던 물체는 못이 아닌 ‘브로드헤드’라고 불리는 화살촉으로 밝혀졌다. ‘브로드헤드’는 동물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3개의 날이 달린 사냥용 화살촉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고양이는 왼쪽 눈을 잃고 두개골이 뚫리는 큰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현재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7월 30일 이번 군산 고양이 사건에 대해 경찰에게 정식으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다행히 화살촉이 뇌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갔다. 인간의 잔인함에 경악을 금치 못할 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다.”라며 수사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군산에서 일어난 동물 학대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2월엔 나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귀가 잘리고 턱뼈가 부러지는 등 극심한 학대를 당한 듯한 고양이가 캣맘에 의해 구조된 바 있다. 털이 불에 그슬리고 눈에는 고름이 가득했던 이 고양이의 상처는 모두 누군가가 고의로 학대한 흔적일 것이라고 캣맘은 전했다. 게다가 이 고양이는 작년 9월경 심한 상처를 입고 구조된 새끼고양이가 발견된 곳과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작년에 발견되었던 새끼 고양이는 칼로 온몸이 난도질 된 상태였으며, 상처에 구더기가 500마리 이상이 들끓고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진가영(영어영문학·18) 학우는 “동물 학대 사건은 셀 수 없을 만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번 군산 고양이 학대 사건은 인간의 참혹한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생명으로 생각했으면 머리에 화살촉을 꽂는 잔인한 짓을 벌일 수 있었겠느냐.”라며 이번 사건에 참혹한 심정을 표했다. 또한, "길고양이, 유기견도 사람과 같은 소중한 생명이다. 또한 동물 학대는 실제로 아동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하는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동물법 위반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범죄를 제대로 막을 수 없다. 하루빨리 동물법 강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라고 말을 전했다.
대부분 동물 학대 사건들은 동물권이 인권보다 낮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동물권 개념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미국의 철학자 톰 리건은 동물과 인간 모두 자신이 삶의 주체임을 인정하는 ‘내재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인간과 동물이 평등하다고 보았다. 동물 보호 단체 또한 동물 역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아직도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인식이 남아있다. 실제로 타인의 동물을 다치게 하면 재물손괴로 처벌받는다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동물학대죄 형량이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천만 원 이하이기 때문에 아무리 심각한 학대를 저질러도 벌금 몇백만 원을 지불하는데 그치고 만다. 동물들은 모두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동물보호법 강화뿐만 아니라 동물을 정말 우리와 같은 한 생명체로 보고 존중하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동물들이 우리를 지켜주었듯이, 이제는 우리가 이들을 지켜 줄 차례이다.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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