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왜 읽어야 할까?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할 때마다 사회 역시 큰 변화를 겪어왔다. 최근에는 AI를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이 주목받는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인문학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문학과 역사, 철학이 세상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말은 현실적으로 쉽게 와닿지 않는다. 인문학은 조용히, 꾸준히 이어져 오는 것처럼 보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문학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문과는 취업이 어려우니 이과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말이 맞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고민 끝에 나는 이과 계열을 택했고, 주변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떠올려 보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상대적으로 무난한 길을 택한 것이었다. 우리는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이미 정해진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인문학이 사라져가는 시대 속에서 AI의 발전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하지만, 스펙 쌓기 바쁜 현대 사회에서 문학과 역사, 철학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탐구 역시 불필요한 일 같다는 생각도 만연하다.
하지만 잊지 않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사람 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개개인의 존재에 대한 박탈감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경쟁 사회 속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 간의 친밀감 속에서 위로를 얻기도 하고, 휴식이나 취미 활동을 찾아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고민을 오랜 시간 탐구하며 그 해결책을 모색해 온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과거에 밟아온 길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학습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과거 사람들이 탐구한 지혜를 보존하며 이어오고 있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탐구하고, 치유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비극적인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철학을 통해 심리적·사회적 고민을 해소한다. 문학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소설 <바깥은 여름>을 쓴 김애란 작가는 문학의 가치가 내용이 아닌 '형식'에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문학은 천천히 우리의 삶을 바꾼다는 의미일 것이고, 역사와 철학도 그렇다. 과학이 세상을 거대한 방향으로 바꾼다면, 인문학은 개개인을 치유한다.
우리가 인문학을 이어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며, 그 속에서 개인은 저마다 새로운 방식의 역경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는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과거부터 이어져 온 탐구와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다시금 돌아보며 깨닫는 과정이 정말 무의미한 것일까? 이것이 AI 시대에도 인문학이 사라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