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가치가 빛나는 고장, 남원
소설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야기가 그 맥을 좌우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에 한발 앞서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 본 고장이 있다. 고전문학 중 하나인 춘향전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고장의 차별성까지 구축한 남원이 바로 그 곳이다.
햇빛이 야단스럽던 여름의 어느 날, 이 도령을 만나러 가는 춘향이 마냥 들뜬 마음에 가뿐한 걸음으로 이야기 속 역사가 간직돼 있는 남원을 찾았다. 아직까지는 군산에서 바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어 익산을 경유하거나 전주를 경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기대를 품고 떠난 길. 기차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남원에 도착해 있었다.
남원역에 도착해 보니 현재 관광객들을 위해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 자전거 한 대당 대여료는 2천원으로 1만 원의 보증금이 있으며, 자전거 반납시 보증금은 반환해준다. 이곳에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여행코스를 구성한 책자도 마련돼 있어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가더라도 충분히 남원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단, 너무 많은 코스를 욕심내지 않기를 바란다.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신나게 페달을 밟다보니 어렵지 않게 ‘광한루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한루원은 몽룡이와 춘향이의 사랑이야기가 유명한 남원의 중심 관광지로 그들과 같은 사랑을 약속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이다. 더욱이 풍광 또한 뛰어나 친구 혹은 가족과 방문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춘향이가 사는 월매집은 춘향이와 이 도령이 백년가약을 맺은 부용당과 행랑채가 재현되어 있으며, 이 집에 들어서면 춘향이와 이 도령의 동상이 다정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이 동상 주변에는 유난히 동전이 많은데 동상과 함께 자리한 항아리에 동전을 던져서 넣으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항아리에 동전이 들어가면 나온다는 사랑가 한 자락 들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성공한 이가 없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월매집을 지나 판소리의 성지로 통하는 광한루에 오르면 광한루원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녹음이 우거진 광한루원의 풍경도 뛰어나지만 주변과 조화를 이룬 광한루의 모습이야 말로 광한루원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몽룡이 춘향이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광한루 오작교는 다리 아래로는 커다란 잉어들이 물길을 오가고 위에서는 버들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느낌이 매력적이니 놓치지 않도록 하자.
광한루원에는 이 외에도 춘향이가 탔을 법한 그네뛰기 및 제기차기, 투호, 널뛰기 등으로 구성된 전통놀이 코너가 상시 운영되고 있어 체험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일행과 함께 갔다면 편을 나눠서 누가 더 많이 투호를 넣는지, 널뛰기를 어느 팀이 가장 잘 뛰는지 등을 겨뤄보는 것도 관광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이와 함께 당시의 고문기구 모형과 장승도 자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재밌는 사진을 찍어 볼 것을 권한다. 한편, 문화공연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이 실시되고 있으며 10월 말까지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전통 음악회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일정을 짤 때 참고하길 바란다.
이제 시원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덥다는 이유로 에어컨에만 의지했던 몸을 다잡고 자전거를 타고 추억 만들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박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