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단어를 갖자
해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출판사에서는 그 해를 대표하는 단어를 선정하는 데, 2013년에는 ‘셀피’라는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셀피selfie는 우리나라 말 셀카와 비슷한 단어로 스마트폰으로 자기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을 의미합니다. SNS에서 셀피라는 단어가 지난해에 비해 1700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놀랍지만, 수긍이 가는 수치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역대 올해의 단어를 보면 2009년 친구삭제(unfriend), 2010년 빅소사이어티(big society), 2011년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 2012년 총체적 난국(omnishambles)이었습니다.
빅 소사이어티는 말 그대로 정부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큰 정부를 지양하고, 복지예산 사각 등으로 구멍난 사회안전망을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해결하자는, 과거 우리의 두레공동체 사상과 비슷한 뜻을 담은 단어입니다.
이 단어들을 보면 SNS가 광범위한 지역에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고, 큰 사회와 같은 상생의 테마가 대두된 적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경제적 위기감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는 재미있는 유추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영국에서 선정된 단어이지만 연도별로 올해의 단어를 보면, 우리나라의 관심사가 결국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는 세계화된 평평한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말의 해를 맞이하면서 올해 우리 대학의 단어는 무엇이 될까, 또한 지난해 우리 대학의 단어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평평하다할 정도로 빠르게 일원화되어가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세계입니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서 된 크고 작은 그룹들이 더 큰 그룹으로 포괄되는 중첩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반복되고 중첩되는 흐름이 사건사고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들을 파악하지 못하고 한해 한해를 보내다보면 어느 사이 감각이 무뎌진 관습적 인간이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각 대학마다, 학과마다, 동아리마다 함께 하고자 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2014년도에는 구성원 모두가 자기만의 단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각 학과나 각 대학별로 공유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자기만의 단어를 설정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해 한해 자신만의 단어를 설정해 한 해가 저물 즈음 돌아보고, 또한 이를 기록해 놓는다면 분명 자기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훌륭한 흔적이 될 것입니다. 어떤 단어든 좋으니 그 단어가 밝고 환한 웃음과 행복을 주는 긍정적인 것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