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국일주를 하고 나서
지난해 여름 방학 해외여행을 계획 하던 중 나는 다른 나라를 가기 전에 우리나라부터 한번 돌아보자 라는 생각에 계획을 변경해 경기도 이천을 시작으로 제천, 충주, 군산, 순천, 땅끝 마을, 제주도, 대구, 강릉 등등 40개의 코스를 거친 35일간의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다.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이번 여행은 특별히 친구와 함께 단둘이 시작하였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을 되뇌어 생각해 보니 새삼 아직 내가 너무 좁은 곳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지역에서 만난 그 분들의 응원과 배려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여행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기억나는 분들 중에 편한 곳에서 잠을 자라고 3만원을 주신 분, 밥을 공짜로 먹여주신 분 등등 여러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제주도를 일주할 때 만난 할머니이다. 어느 날 마을회관 마당에 텐트를 치고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말리려고 널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오시더니 잘 알아듣지 못할 말들로 크게 소리를 지르셨다. 고함을 질러 혼나는 줄 알았지만 할머님은 이불을 그렇게 널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니 곧장 가셨다. 그런데 다시 오시면서 손에는 낡은 대접이 들려있었는데, 그 속에는 여러 종류의 떡들과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음식들이 있었다. 할머님도 드시라고 몇 개 남기려고 해도 이것저것 맛있는 것들을 더 가져가라고 하신 그 분, 처음 보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온정을 베풀어 주신 할머님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찡해진다.
또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어떤 여행지를 정하고 그곳으로 달리면 그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볼 수 있는 그곳의 모습 보다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보이는 이런저런 풍경들이 정말 아름답다는 점이다.
특히 산이 아름답다. 허나 자전거여행자가 산을 올라야 한다는 건 정말 가고 싶지 않은 길일 것이다. 처음엔 산을 보면 탄식과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여행 중반부터는 일부러 산 쪽으로 향해 달렸다. 높이가 1000미터가 넘는 산을 5개 정도 넘게 됐는데, 산을 오를 땐 항상 ‘내가 여길 왜왔지?’라는 후회만 들었지만 그 힘든 고비를 넘기고 정상에 올라선 그 순간. 내가 해냈다는 그 통쾌감과 사람들의 끝없는 응원소리에 나는 산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짧지만 어떻게 보면 매우 길었던 35일간의 여행은 방학 내내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는 것 보다 훨씬 값진 많은 사건과 추억들이 담겨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마냥 편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밥, 샤워, 깨끗한 수건, 편안한 잠자리 등등이 나에겐 어색했다. 지금도 얼른 텐트를 접고 짐을 싸고 페달을 밟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여행을 통해 낯선 사람들에게 용기를 얻은 만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청년이 열심히 힘차게 달리고 있다는 모습으로 나 역시 또 다른 낯선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앞으로도 계속 힘찬 페달질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