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그 주인공을 만나다!

동문탐방 - 소설가 황시운(본명: 황선영 수학·94)

‘수학’과 ‘소설’! 무슨 관련이 있을까? 조금은 매치하기 힘든 이들의 공통분모에는 황시운이라는 소설가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대학 동문 중 수학과를 졸업하고 이례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동문이 있다. 그는 바로 2007년 『그들만의 식탁』으로 등단한 황선영(수학·94)동문.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를 찾아가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는 대학생활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는 말로 시작한 황선영 동문은 “수업도 많이 빼먹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어요. 유인영 교수님이 부르셔서 갔더니 사탕을 하나 주시면서 학교 나오면 사탕 하나씩 받아가라고 했어요”라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하니까’, ‘부모님이 원하시니까’라는 이유로 공무원시험 준비도 했어요. 그런데 괜히 시간만 보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세월이가고 졸업을 하고……. 중요한 건 공무원 시험이 아니라 그게 하고 싶은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이었어요”라고 말하며 학창시절 제일 중요한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린 선생님의 소설을 읽고 다짐하다!
황 동문은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전경린 선생님의 소설집을 읽고 막연하게 소설을 쓰면 사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저 같은 경우 인문학 쪽 전공자가 아니어서 선후배가 없기 때문에 처음 소설 공부 시작했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도움을 받을 곳도 없고…….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어요”라며 작가생활의 시작이 녹록하지 않았음을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 『가시고기』였다고 말하는 그는 “작가 분들이 책벌레들이 많아요. 남들 다 어려서 읽었던 카뮈나 카프카 등의 고전도 저는 소설쓰기를 마음먹은 후부터 공부하는 것처럼 읽기 시작했어요”라며 뒤늦게 찾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열정의 불을 지폈다고 했다.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준 『그들만의 식탁』
고배를 많이 마셨다는 황동문은 처음 등단할 때 썼던 『그들만의 식탁』을 많은 습작 중 제일 많이 고친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발표 날을 기다렸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떨어져 본 사람은 발표할 때라는 인식도 못해요. 자포자기 심정으로 ‘안 되면 또 하지 뭐’ 그런 상태에서 당선됐다고 전화가 오니까 너무 좋았죠”라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그런데 좋은 건 잠깐이었어요. 습작시절 선배들이 ‘지금이 좋을 때다’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막상 당선되고 며칠 후부터는 제 소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왔어요”라고 말하는 황 동문은 10년 동안 염원해 온 일이 이뤄졌음에도 마냥 좋아할 수 없었던 속내를 보였다.

처음 쓴 장편 소설『차고 날카로운 달』 그리고 창비장편소설상
등단하고 나서 작가라는 이름은 달았는데 청탁이 안 들어와 많이 힘들었다는 황 동문은 “내 작품이 좋지 않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런 생각도 드는 한편, 출판사 등에서 작품을 봐주지도 않고 거절하니 화도 나고 패배감도 들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장편을 썼어요”라며 장편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말했다.
등단 소식 보다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소리를 지를 만큼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는 황 동문은 “장편소설을 그냥 두기에는 아까워서 다른 출판사에 개인적으로 보내야지 하고 고치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될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짓말하는 줄 알았죠”라며 창비장편소설상 상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부께서 문운을 지닌 이름으로 지어주신 ‘황시운’이라는 필명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황선영 동문은 소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쓰는 것이 목표이자 포부라고 밝혔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성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