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갖추지 못한 복수전공 이수자 양성되지 않아야….
융·복합형 인재 양성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 대학도 복수전공 이수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2012학년도 이후에 입학한 학생들부터 졸업이수학점을 종전 140학점에서 130학점으로 하향조정 해 적용한 것이다.(공과대학은 140학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학점 취득에 대한 부담을 줄여 학생들의 복수전공 이수와 수업 외 자발적인 비교과과정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졸업학점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전체 졸업이수학점이 10학점 줄어들면서 일반 학생이 한 학기에 수강신청 할 수 있는 최대학점도 21학점(졸업이수학점이 140학점 이상인 경우)에서 18학점(졸업이수학점이 130학점인 경우)으로 제한된 것이다. 졸업이수학점이 130학점인 12년도 이후 입학한 학생이 한 학기에 18학점 보다 3학점 많은 21학점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직전학기 성적 평점평균 4.2점 이상 △학·석사연계과정을 이수하는 경우 △교직복수전공 이수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돼야 한다.
지난 4월 디지털 포렌식 전공(법학과장 곽병선 교수)측에서 이런 학사 제도에 이의를 제기하며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생도 21학점을 수강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한 학기에 18학점(과목당 3학점 기준 6과목)만 수강해서는 복수전공 이수를 통한 융·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포렌식 전공 관계자는 “복수전공은 주 전공과 달리 5학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데 현재와 같이 한 학기당 수강신청 학점을 18학점으로 제한하게 되면 복수전공 이수를 위한 최소 학점 36학점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주 전공도, 제2전공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복수전공 이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36학점은 학생들에게 두 개의 학위를 수여하기 위한 산술적인 계산의 결과일 뿐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진정한 복수전공 이수자를 양성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학점이라는 것이다.
다른 학과들도 복수전공 이수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디지털 포렌식 전공이 다른 학과들보다 먼저 이러한 우려를 표명한 데에는 디지털 포렌식의 특수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적합한 절차에 따라 증거능력이 있는 디지털 증거를 조사 분석하는 분야를 말하는데 이런 성격 때문에 디지털 포렌식을 복수전공하는 학생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학 지식과 컴퓨터 관련 지식을 모두 습득해야만 한다. 즉 주 전공이 법학이나 컴퓨터공학이 아닌 이상 주 전공과 함께 복수전공으로 법학과 컴퓨터공학 총 세 가지 학문을 함께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2학년 1학기에 복수전공 신청을 해 2학기부터 지금까지 4학기 째 디지털 포렌식 수업을 들어온 경영학과 ㅇ학우는 후배들의 수강신청 학점이 18학점으로 제한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다. 그는 “나는 11학번이라 매 학기 21학점을 신청할 수 있어도 대부분의 학점을 디지털 포렌식을 위해 할애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포렌식에서 개설되는 수업 뿐 만 아니라 포렌식을 할 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컴퓨터정보공학과의 전공수업을 찾아다니며 듣는다.”며 “이렇게 해도 전문성을 갖추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한 학기에 18학점만 수강해서는 졸업장만 딸 수 있지 실질적으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복수전공 이수자들도 21학점 수강 신청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하는 사안에 대한 회의가 이뤄졌다. 학사관리과 관계자는 “디지털 포렌식측의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디지털 포렌식을 전공하는 학생들 뿐 만 아니라 복수전공을 이수하는 학생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학사관리과의 결정이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김의한 기자
han@kun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