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없는 청춘을 바치는 공시생

지금 9급 공무원 필기시험장은 고3 대입수학능력시험장과 다를 바가 없다. 대학 1학년부터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입수능을 치르자마자 휴학을 해가며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공시족이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정부가 고졸에게도 공직의 문을 넓히기 위해 9급 공무원 시험 선택과목에 고교 이수 과목인 사회와 과학, 수학을 포함하면서 응시생들의 연령이 더 낮아졌다.

이번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는 역대 최다인 27만 명이 몰렸다. 올해 지원자는 지난 역대 최대였던 20만 4095명 보다 약 34% 늘어났다. 시도별로 보면, 다음달 7일 따로 실시되는 서울시 9급 시험은 1297명 선발에 11만 명이 넘게 지원해 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대구가 41대1, 대전이 26대1, 광주 21대 1 등 많은 시도가 20대 1 이상 경쟁률을 보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는 안정된 직업을 갖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77.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18.9%), 취업난이 심해서(17.5%) 등의 순을 이뤘다. 이러한 통계청의 ‘2013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 3명 중 1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공무원에 ‘올인’하는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대기업·공기업·금융권·외국계 등의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는 ‘스펙’을 넘어 ‘스토리’까지 갖춰야 하는 게 최근 취업 트렌드다. 반면 공무원 시험은 스펙에 밀려도 필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보기 때문에 ‘평등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9급 공무원 기준 초봉이 연 1956만 원으로 대기업 평균 3695만 원(잡코리아 조사), 중소기업 2331만 원보다 적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시험에 몰린다. 서울대 이재열 교수는 “원래부터 9급 공무원은 고졸을 위한 단순한 업무 위주의 일자리”라며 “우리 사회에 4년제 대졸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한정돼 있는데다 대학에서 현실 직업과는 전혀 무관한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공무원 특수를 누리고 있는 ‘에듀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해도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고시는 너무 어렵고 7, 9급은 해볼만하다고 보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대생들에게 인기 만점 시험이다. 모의고사 점수만 놓고 보면 ‘합격 가능선’이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공시족들은 4~5년씩 시간을 투자한다. 이렇다 보니 30대를 훌쩍 넘겨서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가 늘고 있다. 실제 7, 9급 합격자의 평균 연령도 점차 높아지며, 2012년 국가직 7, 9급 공개경쟁 채용 시험 최종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각각 30.3세, 29.1세로 2004년 28.9세, 26.4세와 비교해 30세를 전후로 높아졌다.

공무원 연령에 변화가 생긴 계기는 ‘연령 폐지’다. 실제 2009년 응시 상한 연령 폐지 이후 합격자 나이가 다양해졌다. 2008년 9급 공채 합격자 중 36세 이상은 처음 15명으로 시작해 해를 거듭하면서 98명, 115명, 139명, 159명으로 늘어났다. 2012년 9급 공무원 최종 합격자 중 33세 이상 합격자는 18.6%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재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인문대학 ‘ㅋ’학우는 “학교를 다녀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 붙을 때까지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솔직히 말해 신랑감 1순위라고 해서 시작했다. 미래도 보장돼 있고 부모님도 바라셨기 때문에 공부했다며 유일하게 스펙을 보지 않고 공부만 해서 합격할 수 있는 시험 안정적이고 기업에 비해 경쟁도 덜하다는 점에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15시간씩 공부하고 있는 그는 “어차피 그냥 학교 다녀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청춘으로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게 전혀 억울하지 않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목표”라 말했다.

 

 

 

“수능 방불”… 스무살 공시족 급증」,『문화일보』2013.09.09

[공무원 열풍 어디까지] 공시족 그들은 누구인가」,『한국경제 매거진』2013.08.13

취업난에 '공시족' 급증…공무원 시험 응시자 사상 최대 」,『TV조선』2013.08.14

「당신은 꿈이 공무원입니까?」,『전북일보』2013.09.04

「공시생 49.6%, “9급 공무원 준비중”」,『데이타뉴스』2013.01.23

 

김채영 기자

chaeyoung@kun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