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화폐는 독이 든 성배로 낙인찍힐까?
군산 사랑 상품권은 군산시에서 발행하는 지역 화폐이다. 지역 화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지역의 자본이 고갈되었을 때 현금의 유동성이 사라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발행하는 기능을 한다. 군산시는 최근 GM 공장의 폐쇄와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생산중단 등과 같은 여러 이유로 고용위기지역에 선정되면서, 위와 같은 지역 화폐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군산 사랑 상품권은 발행 시작 4개월 만에 총 910억 원의 상품권을 판매 완료하였으며,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한 지역 상품권 우수 사례로 지정되는 등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군산시를 알리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호재(好材)와 같은 상품인 군산 사랑 상품권은 올해에는 약 3000억 규모로 발행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으리라 생각되는 이 군산 사랑 상품권을 그다지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가맹점주이다. 어떠한 이유에서 꺼리고 있는 것일까?
우선 군산 사랑 상품권의 거래방식은 이렇다. 개인이 현금과 신분증을 지참하여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전북은행 중 한 곳에 들려 상품권을 구매하면 된다. 상품권은 월 70만 원 이내로 살 수 있고, 미성년자는 살 수 없다. 또한 10만 원 단위로 판매하며,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산 상품권은 지정된 가맹점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고, 가맹점주는 카드 수수료 절감, 매출 증가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서 발생한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군산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골목상권 소비에 대한 지원 사업으로 인해 영수증 발급요청을 하는 손님들의 증가이다. 이 지원 사업은 일정 금액의 상품권을 소비하여 영수증을 모아 동사무소에 갈 경우, 특정 금액의 군산 사랑 상품권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은 소득이 높더라도, 세금부담이 커지게 된다. 상점에서 카드보다 현금을 더 선호하는 이유도 다음과 비슷한 맥락이다. 두 번째 문제는 상품권 현금화의 번거로운 과정이다. 지역 화폐를 판매하는 금융기관에 가맹점주가 직접 가서 환전을 신청해야 하고, 환전 월 한도치가 있기에 한도를 넘어버린다면 남은 상품권은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앞에서 언급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군산 사랑 상품권을 취급하는 가맹점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지역 화폐가 감수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군산시에서 ‘노다지감자탕’ 가맹점을 운영하는 황정희 씨는 “우리 가맹점은 지역 화폐를 받는다. 현금과 똑같은 가치기에 부담이 없고, 가맹점 옆에 바로 은행이 있기에 현금화를 하는 데에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라며 지역 화폐에 대한 생각을 전했고, “지역 상권 내에서도 취급하지 않는 매장이 많이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 때문이라 생각한다.”라며 지역화폐의 현금화의 번거로움을 문제로 꼽았다.
문제점은 가맹점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발생한다.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상품권의 판매와 회수라는 업무가 가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상품권 회수 시에는 스캐너 혹은 숫자 패드로 회수를 진행한다. 금융기관 기존의 업무만 하더라도 벅찬 와중에 수작업 업무까지 생기니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지역 화폐와 같은 상품권은 국고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판매된다는 특징이 있기에 이를 사들이고 가맹점에 판매하는 브로커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미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 수차례 지적을 받아 온 사례도 있다.
군산 사랑 상품권은 고용위기지역인 군산시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약의 일시적 발판은 될 수 있더라도, 장기적 해결책으로는 볼 수 없다. 더군다나 가맹점에서 느끼는 문제점이 지속된다면, 경제 활성화는 머나먼 꿈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군산시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조속하고 면밀하게 다루며, 지역 화폐를 살리되 경제 활성화의 근본 문제를 관통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