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박에 버들잎, 물 한 모금

한 선비가 길을 가고 있었다. 모난 길을 걷고 또 걷던 선비는 많이 지쳐 있었다. 얼마 뒤, 선비의 눈에 작은 우물가가 보였다. 우물가에는 한 여인이 물을 푸고 있었고, 그 모습에 선비는 마른 목을 축이고자 여인에게 다가갔다. 물을 푸던 여인은 선비의 모습을 보곤 옆에 놓아둔 조롱박으로 물 한바가지를 푼 뒤, 그 위에 버들잎 하나를 띄워 건넸다. 이러한 모습에 의아해하는 선비를 향해 여인은 이렇게 말했다. “허겁지겁 마시지 마시라고 띄워드린 겁니다. 먼 길 가시기 전에 천천히 마시면서 쉬어가세요.” 이에 선비는 웃으며 물 한 모금 마셨다.

우린 지금 한 학기의 1/3, 한 달이란 시간을 걸어왔다. 한 달은 숫자로 셈하면 긴 시간이지만 막상 몸으로 겪으면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신입생은 대학이란 새로운 틀에 적응했을 것이고, 재학생은 방학동안 굳었던 몸을 풀었을 것이다. 이제 곧 중간고사며 황룡체전,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 3월의 발걸음이 가벼운 경보였다면 남은 학기의 발걸음은 달리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달리기 전에 먼저 앞서 나온 이야기 속 선비가 되어봐야 한다.

개강과 동시에 우리는 수많은 계획 혹은 다짐을 세웠다. 그 많은 계획과 다짐들은 지금까지도 잘 이뤄지고 있거나 혹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한 학기의 시작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그 학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가 바로 3월이다. 그렇다면 처음 실타래를 잘 풀지 못한 사람은 그대로 엉키게 놔야 할까. 엉킨 실은 공들여 풀어야 할 때가 있고 가위로 잘라내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을 생각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학기가 남아있다. 그 학기동안 힘찬 롱런을 위해 우리는 잠시 쉬며 생각해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성급해 하지마라. 그럴수록 빨리 쓰러지기 마련이다. 조롱박에 띄워둔 버들잎을 보며 물 한 모금 마시던 선비처럼, 우리도 잠시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배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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